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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수십억대 의료기기 리베이트

의료기기 유통 리베이트 최초 적발 <br>‘실거래가 상환제’ 허점 악용

의료기기 유통과정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리베이트 관행에 검찰이 칼을 댔다. 지난 2010년 11월 돈을 주고 받은 양측을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됐으나 의료기기 유통분야의 리베이트가 사법처리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형사2부장검사)은 의료기기 유통과정에서 거래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종합병원에 총 20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이모(60) 케어캠프 대표와 진모(41) 이지메디컴 영업본부장 등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2곳의 임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검찰은 이들 구매대행사를 상대로 뒷돈을 챙긴 경희의료원 최모(55) 행정지원실장과 강북삼성병원 신모(59)행정부원장 등 병원 관계자 9명도 불구속 재판에 넘겼다.

삼성물산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케어캠프는 연간 3,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이 분야 선두 업체다. 이지메디컴은 연매출 1,000억원대로 의료기기 구매대행 시장을 케어캠프와 양분하고 있다. 도ㆍ소매 업체가 주였던 의료기기 유통시장에 구매대행사가 출현한 시점은 지난 2000년께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종합병원들은 심혈관용 스텐트나 인공관절 등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구입할 경우 실제로 거래한 가격으로 보험급여를 청구해야 하지만, 보험상한가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게 된 경우 가격을 높게 잡아 차액을 챙겨왔다. 보험상한가 내에서 급여를 청구할 때 실거래가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대신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구매대행사들은‘정보이용료’라는 구실을 만들어 정부로부터 환급 받은 돈을 정해진 비율에 따라 병원에 넘겼다.



예를 들어 병원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인 심혈관용 스텐트를 13개 가량 구입한다고 한다면, 실제로 구매대행사에 지불하는 가격은 2,503만원이지만 건강보험공단에는 보험상한가인 2,698만원을 청구해 차액인 195만원을 병원과 나누는 식이다. 통상 구매대행사는 40%를, 종합병원은 60%의 환급금을 챙겼다.

행정지원실장이 기소된 경희의료원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케어캠프와 별도 계약을 맺고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5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강북삼성병원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억2,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영남의료원ㆍ제일병원ㆍ경희의료원ㆍ삼성병원병원ㆍ건국대병원ㆍ경희대강동병원ㆍ동국대병원도 적게는 한달에 935만원에서 많게는 3,900만원 가량 뒷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6조원에 이르는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도 약품 유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행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구매대행사는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를 악용해 병원에 리베이트를 지급해 왔으며 이는 쌍벌제 도입 이후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으로 단속활동을 강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새로운 분야의 구조적인 리베이트 유형을 적발하는 데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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