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재는 오는 9~10월 중 방한을 위해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 파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한국 방문이 김 총재의 첫 해외 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 총재는 지난 4월 총재 도전에 나서면서 주요 회원국의 지지를 구하고자 중국ㆍ일본ㆍ에티오피아 등 각국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들러 이명박 대통령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을 면담한 바 있다.
김 총재가 이번에 한국을 찾게 되면 그의 총재직을 지원해준 고국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세계은행에 대한 한국의 지원확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로 미국, 유럽 각국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어 세계은행으로서는 한국 등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국가들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은 지분율에 따라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가 할당한 자금 외에 트러스트 펀드를 내고 있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000만달러 이상의 '저탄소 녹색성장 자금(Korea Green Gross Trust Fund)'을 낸 데 이어 지난해 9월 박 장관과 로버트 졸릭 당시 세계은행 총재가 1,000만달러씩 4년간 추가로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세계은행이 최대의 성공모델로 꼽는 한국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김 총재가 세계은행으로 첫 출근하던 2일 공교롭게도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가 세계은행에서 한국의 성장과정에 대한 강연이 이뤄졌다. 허 대사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오늘날 세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의 단계와 정부의 개발 정책을 시대별로 나눠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 총재가 직원들과 만나면서 한국의 성공스토리를 배우자고 강조한 대목과 딱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 총재가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배우자고 한 것은 그가 한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이 실제로 세계은행의 존재 근거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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