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잔혹 시대다. 은행에 예ㆍ적금 상품을 가입해 봐야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금리에 허탈감이 밀려 온다. 그렇다고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기도 괜스레 불안하다.
그래서 눈 여겨 보는 게 다이렉트 상품이다. 아무래도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다이렉트 방식의 금융상품들은 기존 오프라인 상품보다 더 큰 혜택을 주거나 고객들의 니즈(needs)를 더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이렉트 상품들이 최근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미 시중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예금에 가입하면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대중화되고 있고, 카드 모집인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캐시백(현금환급)을 두둑이 해주는 카드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보험 상품도 온라인으로 가입할 때 보험료가 더 싸다.
◇예금 금리는 높이고, 대출 이자는 낮추고= 은행들은 앞다퉈 다이렉트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 사이에서 "경쟁자가 없다"는 하소연을 낳기도 했던 KDB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는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이 상품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1조3,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5%(인터넷ㆍ스마트폰 뱅킹 최초 가입 시)로 다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3%대 후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또 7월부터 아무 조건없이 연 2% 금리의 수시입출식 예금상품을 판매하기로 해 고객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가 0.1~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예금도 젊은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KB 스마트폰 적금ㆍ예금'은 금융상품을 농장으로 형상화해 게임처럼 만든 게 특징. 스마트폰을 통해 1인당 100만~3,000만원 가입할 수 있으며, 1년 정기 예금 금리는 최대 4.4%이다. 우리은행의 스마트폰 정기예금이나 신한은행의 두근두근커플정기예ㆍ적금. 하나은행의 e-플러스 정기예ㆍ적금 등의 스마트폰 상품들도 최대 연 4%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두근두근 커플적금의 경우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후 커플인증을 한 뒤 커플사진을 공유하면 연 0.3%포인트, 커플이 함께 적금을 가입하면 연 0.2%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상품도 하나SK카드 등 실적과 연계해 보너스 금리도 제공한다.
다만 이런 상품들이 IT기기 사용에 능숙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은 아쉽다. 은행들이 중장년층을 유인할 다양한 아이디어 마련에 더욱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거품을 뺀 대출 상품도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의 '아이터치론'은 금융권 최초 온라인 전세자금대출 상품이다. 대출 금리가 5%수준으로, 다른 시중은행 전세대출에 비해 0.2~0.5%포인트 정도 낮다. 임차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하고 3개월 이상의 소득증빙 자료 제출이 가능하면 대출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 입 소문이 나면서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 발급 절차는 간소하게, 혜택은 변함없이=최근 출시된 현대카드 DIRECT(다이렉트)는 가입에서 이용, 청구서를 받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생략한 상품이다.
즉 카드 발급과 부과 서비스를 크게 단순화했다. 카드 모집인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hyundaicard.com)와 전용전화(1577-0100)로 발급받을 수 있다. 종이 신청서도 필요없고 귀찮은 안내물도 발송되지 않는다. 청구서도 이메일로만 제공된다.
카드의 혜택도 간단한다. 전월 이용실적은 물론 적립 한도, 횟수 등의 조건 없이 카드 사용액의 1%를 기본으로 적립해준다. 온라인 가맹점에서 '현대카드 안심클릭' 창을 통해 결제하면 적립률이 1.5%로 올라간다. 단 무이자할부 및 현금서비스, 카드론, 세금 납부 등에 이용한 금액은 캐시백 적립 대상이 아니다.
적립한 캐시백 금액은 카드 이용대금을 차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캐시백 적립 금액으로 카드 이용대금 결제를 원하는 고객은 현대카드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1577-6000)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다이렉트 차보험 시장도 쑥쑥=온라인 다이렉트 보험 시장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지난 5월 다이렉트 차보험의 시장점유율은 25%를 넘겼다. 국내 운전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자동차보험을 온라인 채널로 가입했다는 의미다.
온라인 다이렉트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보험료다. 회사별로 할인 폭은 다르지만 온라인 채널이 오프라인 채널에 비해 10% 이상 저렴한 편이다. 설계사 역할을 인터넷이 대신해 설계사 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보험사가 얻는 이윤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업 보험사 관계자는 "다이렉트 차보험은 설계사나 대리점 등 기존 채널의 유통마진을 없애는 방식"이라며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오프라인 차보험 채널과 동일하게 보장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하기 때문에 온라인에 익숙한 가입자라면 차량 사양과 운전 성향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다면 같은 보장을 받으면서도 보험료를 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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