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선덜랜드를 1대0으로 꺾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상대팀 선수들과 악수했다. 우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와 싸우던 리그 1위 맨체스터 시티는 그때만 해도 2대2로 비기고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이 진행 중이었고 그대로 끝났다면 2위 맨유가 역전 우승했었다. 하지만 라디오로 맨시티의 경기 결과를 확인한 맨유 팬들의 표정은 일순간 차갑게 굳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날아온 소식은 맨시티가 3대2로 이겼다는 날벼락이었다. 맨시티는 추가시간 5분 동안 무려 2골을 넣는 기적을 연출했다. 결국 맨시티와 맨유는 승점이 89(28승5무5패)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맨시티가 8골 앞선 채로 시즌을 마감했다.
맨유의 '시끄러운 이웃'쯤으로만 여겨졌던 맨시티가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면서 유럽 축구 3대 리그의 우승팀이 모두 가려졌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유벤투스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680억원의 우승 청부사 아궤로=맨시티에 감격의 우승을 안긴 결승골의 주인공은 마라도나의 사위인 세르히오 아궤로(24ㆍ아르헨티나)였다. 맨시티는 올 시즌 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서 골잡이 아궤로를 데려오면서 무려 4,500만유로(약 680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른 아궤로는 기적의 최종전 결승골까지 리그 23골 9도움으로 몸값 이상을 해낸 것이다. 지난 2008년 9월 아부다비의 '석유 재벌' 셰이크 만수르(42)가 인수해 '초호화 군단'으로 거듭난 맨시티는 4년 만에 유럽 최고 리그의 정상을 밟으며 투자의 결실을 맺었다.
한편 이미 2주 전 우승을 확정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최종전에서 마요르카를 4대1로 물리쳐 승점 100(32승4무2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 시즌 승점 100은 프리메라리가 사상 처음 나온 기록이다. 이날 1골을 추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46골로 득점왕 리오넬 메시(50골ㆍ바르셀로나)에 이어 득점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 이날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는 아탈란타를 3대1로 누르고 세리에A 사상 세 번째로 무패 우승(23승15무ㆍ승점 84)을 완성했다.
지성 입지 불안… 청용·주영 이적 불가피
■코리안 리거 운명은
◇코리안 리거 수난시대=박지성(31ㆍ맨유)은 최종전에서도 벤치를 지켜 리그 17경기 출전에 2골 3도움(시즌 전체는 3골 3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맨유가 무관에 그치면서 우승 메달도 추가하지 못했다. 맨유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지성의 입지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계약 기간이 오는 2014년 6월까지이고 트레이드 거부권도 있어 남으려면 남을 수 있지만 후보로 전락한 올 시즌 같은 형태라면 자리 보전이 무의미하다.
이청용(24ㆍ볼턴)과 박주영(27ㆍ아스널)은 이적이 불가피하다. 소속팀이 2부 리그로 강등돼 어떻게든 팀을 탈출해야 하는 이청용으로서는 부상 탓에 2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게 치명적이다. 2010~2011시즌의 활약(리그 3골 8도움)만 믿고 선뜻 손을 내밀 구단이 있을지 의문이다. 1경기 출전이 리그 경험의 전부인 박주영은 남고 싶어도 떠밀릴 처지다. 최근 독일에서 루카스 포돌스키를 영입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공격수 구상에 박주영의 이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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