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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12일] 거품 낀 녹색벤처

'녹색성장'이 겉보기에는 좋아도 속에는 거품만 끼었다는 걱정은 일찌감치부터 있었다. 국고 지원사업을 여러 번 지켜본 국회의원들은 2000년 대 초 끓어오르다 돌연 가라앉은 벤처 신화와 마찬가지 전철을 밟으리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결국 녹색기업 하나가 여야 의원의 질타 대상이 됐다. 녹색기업으로 승승장구하다 돌연 공중 분해한 태양광 업체 네오세미테크 얘기다. 국회 정무위 11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모두 네오세미테크 사태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에 있다고 결론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키워드로 삼은 지난 2008년 이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 기업에 '녹색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이전보다 20배나 많은 돈을 빌려줬다. 정부가 칭찬한 기업에 수출입은행ㆍ기업은행ㆍ기술보증기금 등 다른 국책금융기관도 돈을 빌려주는 데 힘을 보탰다. 우회상장을 앞두고는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롯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등도 줄줄이 방문해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한 마디로 정부와 여당이 국민에 보장한 스타기업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네오세미테크는 허위매출을 일으키는가 하면 대표의 횡령설까지 나도는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기본적인 공시조차 허술하게 작성했지만 금융당국과 국책 금융기관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생돈을 4,000억원을 날린 7,250명의 소액주주들은 "장관 믿었다가 돈 다 날렸다"며 피눈물을 흘린다. 우회 상장 직전 네오세미테크를 앞다퉈 칭찬하던 정부ㆍ여당인사 중에 소액주주들의 퇴출 반대 탄원서에 눈길을 돌렸다는 사람은 없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정부만 몰랐다(이성남 민주당 의원)"는 쓴소리에 이어 "뒤를 봐준 배후가 누구냐(이성헌 한나라당 의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벤처 열풍 당시 한 콩나물 재배업체도 '벤처'가 붙어 국고 지원을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호되게 당하고 10년이 지난 오늘 달라진 것은 벤처 자리를 녹색이 채웠다는 씁쓸한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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