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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무리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순환출자 규제안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나왔다. 남경필 의원이 지난 5일 밝힌 경제민주화 3호 법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순환출자란 A기업이 B에 투자하고 B는 C에 투자한 뒤 다시 C가 A에 투자해 환상형 상호출자 구조를 갖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오너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돼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가공자본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기업들의 순환출자 구조는 일부러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었다기보다 역사적 산물의 성격이 짙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순환출자 구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M&A)ㆍ계열분리 등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고리가 형성됐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차 인수,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 등이 바로 그런 사례다. 계열 분리되는 회사의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역사성을 무시하고 단칼에 무 베듯 기존 순환출자분의 의결권을 갑자기 제한하면 커다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동은 당장에 경영혼란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의 신규 투자와 진취적 사업들이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결권 제한으로 그룹마다 오너의 지분 강화와 경영권 안정이 최대 과제가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격적 경영은커녕 방어와 수성에도 벅차진다. 이 같은 기회를 틈타 국내 대기업들을 장악하려고 해외 기업이나 펀드들이 적대적 M&A의 손을 뻗칠 수도 있다.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실제 의결권 있는 실효주식 수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도 대기업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우며 최소한의 개혁조치라고 하지만 기업과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적어도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만큼은 권리를 인정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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