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지난 17일 광주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춘천 소방공무원들이 순직하자 20일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족들과 직접 면담을 했다. 23일에는 면담 당시 유족들이 정 총리에게 건의한 순직 공무원의 추모비 건립을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진도에서 유족들과 대면을 꺼려 차 밖에 나오지 않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시민, 공직사회 등 각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정 총리는 유임 결정 뒤 매주 토요일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민생탐방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2·3호선, 지난 12일 서울 가락시장, 지난 19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방문했다. 오는 26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만남을 신청한 시민들과 모임을 열 예정이다. 다음 주에는 각 부처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국장급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합동 오찬도 계획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일정은 국무조정실의 여러 팀에서 건의하면 총리가 직접 선택하는 식으로 잡는다”며 “정 총리가 유임 결정 후 전과 달리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의 달라진 모습은 유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사고로 과제로 떠오른 국가대개조를 수행할 적임자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만 부정적 여론을 뒤집고 상처 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총리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를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 유임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짙다 보니, 총리의 국정 장악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두 명의 ‘실세 부총리’들이 등장한 이상 앞으로 국가대개조는 부총리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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