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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사위 "알 카에다-이라크 협력 없었다"
입력2004-06-17 00:37:59
수정
2004.06.17 00:37:59
부시 이라크전 명분에 타격… 11월 대선에 걸림돌 될듯
미국의 9ㆍ11 테러 진상조사위원회는 9ㆍ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와 이라크 간의 연계에 대해 “어떠한 믿을 만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이라크전의 주요한 명분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서 파장이 예상된다.
9ㆍ11 조사위는 이날 예비 보고서를 통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이라크측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를 거절, 양측의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빈 라덴은 1994년 수단에서 이라크 고위 관리를 만나 훈련 캠프 제공 및 무기 조달 등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라크는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후에도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협조 관계를 발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정부는 지난해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이면서 개전 명분으로 후세인 정권이 유엔 결의를 어기고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ㆍ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후세인 정권의 연계를 내세웠다.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 14일에도 후세인이 알 카에다와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주장하는 등 그간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수시로 알 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계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9ㆍ11 테러 조사를 위해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에서부터 알 카에다 조직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인터뷰 및 조사 활동을 벌여온 9ㆍ11 조사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림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신뢰도는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도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시 정부는 또 다른 전쟁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WMD 보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명백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국내ㆍ외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알 카에다는 후세인 통치 하의 이라크를 순수 이슬람 교리와는 거리가 먼 타락한 정권으로 규정,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다만 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그 우방을 상대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테러의 배후에 알 카에다가 개입했음을 확인했으며 테러와의 전쟁으로 알 카에다 조직이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알 카에다가 당초 2001년 5~6월께 여객기 납치 테러를 감행하려 했으나 준비 미흡을 이유로 수 개월 연기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9ㆍ11 테러의 기획ㆍ실행이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라는 연방수사국(FBI)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9ㆍ11 조사위는 다음 달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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