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흔들리는 금융당국] 건전성·소비자 감독으로 이원화를

■ 바람직한 개편 방향은<br>CD금리 담합·키코 사태 등 소비자보호 외면사례 수두룩<br>금융위 해체해 재정부 이관… 금감원은 쌍봉형 감독체제로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다음날인 지난 13일 이기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CD금리도 내렸다"며 "금리인하가 은행권 대출금리에 제대로 적용되는지 운용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시중은행들에 일종의 경고장을 날렸다. 하지만 이 부원장보는 한가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CD금리가 시장금리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지 오래됐는데 이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아직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남기고 급하게 사무실로 향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CD금리 담합 조사에 착수하자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부랴부랴 CD금리 대체금리 도입방안에 착수했다.

CD금리 담합 의혹은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얼마나 소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런 사례는 수두룩하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본격화된 지난해 초까지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다. 후순위채 발행이 저축은행의 자본확충 도구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후순위채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의 정당성을 두고 한참 논란을 벌였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특별법을 국회가 입법 발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데는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건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감독당국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중소기업들을 파탄에 빠뜨린 '키코' 사태도 다르지 않다. 은행들이 판매한 키코상품으로 피해를 당해 소송을 낸 중소기업은 210개사에 달했고 피해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의 초점을 금융회사의 건전성 부분에만 맞추다 보니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등한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연거푸 벌어지자 전문가들은 금감원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 기능과 금융소비자 기능을 분리해 상호 견제하도록 감독기구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쌍봉형(twin-peaks)' 금융감독 체제 도입이다. 미국과 호주ㆍ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하는 등 쌍봉형 감독체제를 도입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질보다는 양대 금융당국인 금융위와 금감원 간 '밥그릇'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논의의 추동력이 사라진 상태다.

금감원이 5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했지만 여전히 금감원 내에 소속된 일부 부서에 불과한 실정이다. 생색내기에 그친 셈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내에 독립된 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금융위 설치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 역시 금융위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한 인사ㆍ예산권을 금융위가 행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정부의 금융감독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독립ㆍ출범시킨 금융위를 해체해 기획재정부로 다시 이관하고 금감원을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감독으로 이원화해 쌍봉형 감독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 CD금리 담합 논란은 현 금융감독 체계하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소비자보호감독기구를 완전히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