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1990년대 중반,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의장은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딱 잘라 표현했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지만 그 탐욕과 집단적으로 휩쓸리는 '군집주의'는 정상적인 수요ㆍ공급의 법칙을 넘어서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호황을 타고 치솟는 주가에 현혹된 사람들은 '묻지마식 투자'에 동참했고 겉으로는 시장이 성장했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거품이었다.
역사를 거슬러 17세기 네덜란드에는 '튤립 광풍'이 있었고 1720년 영국에서는 신대륙 탐험 열풍에 편승한 투기 과열의 '남해 버블'이, 18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강 주변 개발 계획을 둘러싼 투기 사건인 '미시시피 버블'이 있었다. 이 같은 거품은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 금융전문기자 출신인 저자는 시장경제의 비이성적 상승인 거품은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탐욕에 무게가 쏠리면 투자 거품이 발생하고, 두려움이 더 강하게 작용할 때면 거품이 꺼지고 시장이 폭락하는 식이다.
거품에 기초한 시장의 상승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저자는 그 중에서도 하나로 묶여 있는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품이 동시에 만들어지거나 역으로 시장이 함께 무너지기도 한다. 현재 진행중인 유럽발 금융위기는 그리스 의회가 초강력 재정긴축안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불씨가 번졌으며 최근에는 프랑스마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그리고 지금은 전세계가 유럽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책은 지난 1세기 동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시장경제 흐름을 굵직한 경제사건 위주로 정리했다. 동시에 금융시장이 왜 실패했는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해야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조언한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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