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6억년에 달한다는 지구의 역사에 견주면 인류의 역사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피부마저 연약한 인류는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쥐, 바퀴벌레, 호랑이, 바이러스 등 오래 전부터 지구에 살았던 존재를 하나씩 몰아내고 마침내 지구의 지배자로 올라섰다.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200만년의 인류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지구에 남긴 최초의 가족사진이라 할 수 있는 세렝게티 변두리의 발자국 화석부터 불의 발견, 농업의 발명, 세계 최초의 도시 건설과 제국주의 시대, 산업 혁명과 세계 대전을 거쳐 오늘날 소비 문화 확대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살핀다.
저자는 거의 성장한 뇌를 지니고 태어나 곧바로 야생에 적응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23%밖에 발달하지 않은 뇌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 인간의 모습 등 독특한 출생과 다양한 장례 의식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또 실험이라는 명목 아래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다른 종족을 공격하는 등 파괴적인 면도 골고루 살펴본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업적으로 칭송 받는 농업의 발전은 오히려 숲의 식물에는 재앙이 됐으며, 인류에게도 대립과 반목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는 등 역발상의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마지막 장인 8장 '무엇이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기술과 이성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모든 난관을 승리로 변화시켜 왔고, 우리가 이런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조짐은 아직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닥칠 여러 문제들을 기술과 이성의 힘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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