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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9일] 펀드의 신뢰 상실

펀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지난 2007년만 해도 펀드는 가장 확실한 자산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을 보게 되자 펀드를 다시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펀드의 신뢰 상실을 그저 시장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그때그때 자산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까먹을 수도 있다. 펀드가 신뢰를 잃은 것은 그저 자산이 반 토막으로 전락했기 때문이 아니라 반 토막으로 전락한 자산을 다시 회복시켜 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펀드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판매 회사는 펀드를 파는 데만 열을 올렸지 사후 서비스는 외면하는 '팔고 보자'로 일관했다. 둘째, 운용회사는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한 상품을 철 따라 유행 따라 내놓는 '만들어 놓고 보자'에 매달렸다. 셋째,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설명만 믿고 껌 고르듯 펀드를 고르는 '사고 보자'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대로 만들지도 않은 상품을 제멋대로 팔고 이것을 아무 생각 없이 사다 보니 뒷감당을 못하는 셈이다. 최근 운용사들은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펀드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설정 규모 50억원 미만의 펀드를 재등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른바 '자투리 펀드'를 정리하기로 한 것. 그러나 판매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판매사로서는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하기 싫고 가만히 놔둬도 챙길 수 있는 판매 보수를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펀드는 올 3월 말 현재 9,81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는 890명에 불과하다. 펀드 매니저 1명이 10개가 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펀드가 신뢰를 잃은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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