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10월 18일] 숲길을 걸으며 느끼는 행복

숲길ㆍ등산로ㆍ둘레길ㆍ트레일…. 걷는 문화가 새로운 산림휴양문화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림청이 올해 실시한 국민의식조사(한국갤럽)에 의하면 우리나라 등산인구 중 45%가 트레킹을 선호했고 앞으로 10년 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산림정책으로 '숲길 조성ㆍ관리(32.1%)'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종래의 등산 패러다임이 걷기문화 중심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편안히 하는 등산에 관심 늘어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지리산둘레길 조성으로 가속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등산인구가 늘었고 종전의 등정(登頂) 중심에서 자연체험 등으로 등산 행태가 다양해졌다. 지리산 주능선에 집중되는 이용객을 분산해 산림생태계 훼손을 완화할 목적 등으로 조성한 지리산둘레길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호평 받으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각종 매체에도 보도됐다. 이곳에는 지난 2009년까지 약 4만명이 방문하면서 수평개념의 걷는 등산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또 지리산둘레길의 성공이 '걷는 길' 사업의 모델이 되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숲길 조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렇게 걷기문화의 중심으로 통칭되는 숲길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산을 오르면서 심신을 단련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등산로다. 등산로의 특징은 산 정상과 연결된 수직개념의 길로 지리산둘레길 같은 수평개념의 길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는 4,440여개의 산에 약 1만7,600㎞의 등산로가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둘째, 트레킹길이다. 트레킹길은 길을 걸으며 지역의 역사 문화를 체험하고 경관을 즐기고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지리산에 조성한 둘레길처럼 시작 지점과 끝나는 지점이 연결되도록 산 둘레를 따라 조성한 길을 둘레길이라고 하고 산줄기를 따라 길게 만들어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을 트레일이라고 부른다.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트레일 중 하나다. 셋째, 레저 스포츠길이다. 산악자전거ㆍMTV 등 레저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말한다. 가끔 산림사업을 위해 만들어놓은 임도 등에서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말이나 산악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길을 레저스포츠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산림생태 체험과 관찰 활동을 하는 탐방로, 산림에서 휴양ㆍ치유 등 건강을 증진하고 여가활동을 하는 휴양ㆍ치유숲길도 있다. 여러 유형의 숲길이 다 좋지만 트레킹길 중 트레일에도 가볼 만하다.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은 자연ㆍ문화ㆍ역사 자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이곳에 가면 우리나라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볼 수 있고 옛날 울진과 봉화를 왕래하던 보부상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지가 있으므로 운 좋으면 산양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올해 시범 개통된 이곳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문명의 편리함을 뒤로 하고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므로 도시생활로 지친 분들은 꼭 이곳을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내 집에서 느끼는 것 같은 편안함을 하루쯤 버리고 불편함과 느림을 수용한다면 자연을 정독하면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데가 이곳 숲길이다. 아마도 그것이 산림치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 벗어나 자연의 정취 속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마지막 구절은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다. 산행하기 좋은 이 가을에 아직은 사람의 발자취가 적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이 녹아 있는 길, 금강소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행복을 발견하시기를 권한다. 산과 들과 계곡과 마을과 삶을 이어주는 길을 걷노라면 비록 느린 걸음일지언정 행복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내줄 것이다. 18일은 산의 날이다. 국민 모두가 이 가을 산과 숲에서 행복해지기를 희망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