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58ㆍ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위독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컨트롤타워를 잃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혼란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차베스가 3주째 국정에서 손을 떼면서 재정적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는 복지우선 정책으로 매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씩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에 빠져 있다.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정부의 달러 방출→자국화폐 가치하락 유도→원유수출에 따른 수익 극대화→재정건전성 달성'이지만 정부는 현재 1달러당 4.3볼리바르에 묶어둔 고정환율제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WSJ는 "차베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베네수엘라 정부가 어떤 정책도 펴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달러를 풀지 않자 서민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베네수엘라는 기저귀나 음식 등 생활필수품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달러 부족으로 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민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인근 페루(2.65%), 콜롬비아(2.8%), 브라질(5.7%)의 최대 9배인 19.9%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일반국민들까지 달러 사재기에 나서면서 달러품귀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초 암시장에서 1달러에 8.5볼리바르에 거래되던 베네수엘라 화폐는 현재 17볼리바르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6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위기를 맞으면 원유 가격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이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에 따른 투자시장의 파장을 분석하는 보고서까지 낼 정도로 베네수엘라 정국의 향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쿠바에서 암수술을 받은 차베스가 '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스페인 보수성향 신문인 ABC 인터넷판은 익명의 정보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차베스가 의식불명에 빠져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목숨을 연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베스와 가까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2일 기자회견에서 "나의 형제 차베스의 건강이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차베스 위독설을 우파가 흘린 악성 루머로 규정하고 정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오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베네수엘라는 만약 정부와 야권이 취임식 날짜 연기에 타협하지 않고 차베스 또한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헌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이 경우 혼란은 한층 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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