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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요."
BS금융그룹 부산은행 서울경제 여자오픈(11월2~4일) 공식 연습 라운드가 진행된 31일 부산 아시아드CC(파72ㆍ6,553야드). 가벼운 마음으로 필드에 나온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은 라운드를 마칠 쯤에는 예외 없이 '개그콘서트'의 '정 여사'가 됐다. 화창한 날씨와는 반대로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초고난도의 코스가 우승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웠기 때문이다. 보통 오후 늦게나 선수들이 몰리는 연습 그린은 정오가 지날 때쯤부터 꽉꽉 들어찼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그린 적응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올 시즌 상금퀸 경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경오픈의 우승컵 향방은 '고난의 그린'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파인 코스 8번홀(파4ㆍ370야드)은 파만 지켜도 버디 이상의 쾌감을 느낄 법한 최대 고비다. 당초 '영남 핸디캡 1번홀'로 불리는 7번홀(파4ㆍ389야드)이 공포의 홀로 전망됐으나 프로들이 체감하는 마(魔)의 홀은 8번홀이었다. 8번홀 그린은 이른바 '솥뚜껑 그린'. 맞바람을 뚫고 어프로치샷을 아무리 핀 가까이에 붙여도 볼은 여지없이 가장자리로 흘러내려갔다. 속출하는 3퍼트에 "장난 아니다"라는 선수들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다 지난해 국내 투어로 돌아온 이정연(33ㆍ요진건설)은 "8번홀 그린은 답이 안 나온다"며 허탈하게 웃었고 올 시즌 1승이 있는 정희원(21ㆍ핑)도 "도무지 볼을 떨어뜨릴 곳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 시즌 두 차례나 코스 레코드 경험이 있는 이민영(20ㆍLIG손해보험) 역시 "이런 경사는 처음이다. 핀을 꽂을 데가 없을 듯하다"며 "8번홀도 그렇고 올해 대회 코스 중 가장 어려운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린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단단하고 빠르게 관리가 잘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녀 골퍼' 윤채영(25ㆍ한화)은 "그린도 그렇고 코스 전체가 완벽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잘돼 있다"고 평가했다. 드라이빙 레인지 또한 대회 코스 바로 옆에 위치해 선수들이 필드에서 최상의 능력을 뽐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이 2도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에 중무장을 하고 나온 선수들은 따뜻한 부산 햇살에 한 겹씩 입었던 옷을 벗어 던지며 코앞으로 다가온 결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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