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큰 어른' 고(故) 김수환(사진) 추기경의 선종 2주기를 맞는 16일. 김 추기경이 남긴 메시지 중 가장 울림이 컸던 것은 '생명나눔'의 당부였다. 그는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며 선종 직후 각막을 기증해 환자 2명의 눈을 뜨게 했다. 그의 헌신은 장기기증 열풍을 일으켰다. 가수 장윤정과 배우 정한용 등 유명 인사들이 잇달아 각막기증서에 서명하는 등 지난 2009년 장기기증 희망자 수는 18만5,000여명으로 전년의 약 2.5배로 늘었다. 생명나눔의 물결은 계속되고 있다. 15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코노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병원과 공인 장기기증 등록단체에 신청서를 낸 장기기증 희망자는 12만4,300여명으로 2009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지만 2008년(7만~9만명) 이전보다는 훨씬 높다. 김 추기경이 설립한 장기기증 단체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김용태 신부)'는 지난해 기증 신청자 수가 3만6,500여명으로 2009년(3만4,000여명)보다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장기기증도 잇따랐다. 2009년 LG전자는 각막기증 캠페인을 벌여 임직원 3,000명이 각막기증서약서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달했으며 대구은행은 임직원과 가족 1,200여명이 모은 기증 신청서를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에 전달하는 등 기업들의 장기기증 운동이 확산됐다. 윤경중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부장은 "생명나눔이 고귀한 선행이라는 생각이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단체들이 연합해 보편적 가치로서 장기기증을 홍보한다면 저변이 얼마든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외협력국장도 "장기기증 문의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전망은 밝다. 청소년들에게 생명나눔의 미덕을 잘 교육해 앞으로는 장기기증을 헌혈처럼 당연시하는 문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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