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회사가 강요해 판매한 계열사 기업어음(CP) 등 금융 상품이 사실상 불완전판매로 문제가 될 것 같자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전 고의적으로 영업정지를 시도해 채권자의 권리를 편법으로 제한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고 있는 그룹 계열사 CP, 전기단기사채ㆍ회사채 등 금융상품이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나면 피해 보상액의 15%를 직원들이 책임지도록 했다. 9월30일을 기준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 5개 계열사의 CP, 전자단기사채ㆍ회사채의 잔액은 총 2조1,420억원이다. 이를 판매한 동양증권의 영업사원은 1,8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직원 1인당 1억7,80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양증권 제주지점 A직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A직원이 판매한 계열사 금융 상품은 60억원가량으로 A직원에게 할당된 부담액은 9억원에 달해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동양이 계열사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시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영준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법원이 판매직원의 고의ㆍ과실을 인정하는 경우 직원 책임 범위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식으로 구상 범위가 정해진다"며 "동양증권은 법원이 직원들의 고의ㆍ과실에 관한 손실 범위를 15% 정도로 규정할 것으로 판단하고 직원들에게 미리 준비시킨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이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 변호사는 "보통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가장 입증이 용이한 것은 사측이 제공한 팸플릿ㆍ투자설명서나 약관"이라며 "회사가 직원에게 준비해준 자료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사측 책임"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의 뻔뻔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동양그룹 3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9월30일 동양증권의 영업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이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에서 이 지분이 법정관리 신청 소식에 반대매매될 것으로 예상되자 3시간가량의 영업정지를 통해 동양증권 주식거래를 중단시키려 한 것이다. 동양증권의 영업이 정지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동양증권 주식 거래가 중단된다.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들은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을 처분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려 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에서 법원의 자산동결 명령이 나오기까지 통상 2∼3시간이 소요된다"며 "그동안만 동양증권 주권 거래를 중단시키려 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 3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매뉴얼에 따라 동양증권의 영업정지 조치 가능성 등을 검토해봤지만 법적 요건이 맞지 않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직후인 지난 1일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 대여금고에 보관한 현금을 인출해간 것도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큰 가방에 현금을 담아간 것은 사실이고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노동조합은 오는 7일 현재현 회장과 정 사장 등을 상대로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