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빚이 너무 많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다 보니 알려진 가계부채만도 1,085조원에 달했고 전월세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1,8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전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주거비 비중도 가계지출의 34%로 껑충 뛰었다. 어디 그뿐인가.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넣으려면 대학입시보다 더 치열한 입원 전쟁을 치러야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학원이나 과외를 위해 전체 수입의 13.6%를 바쳐야 한다. 주거비와 교육비로만 전체 수입의 절반이 날아가는 판이니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아이 낳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를 낳을 20~30대는 일자리 찾기에도 벅차 결혼과 출산을 사치로 여기는 듯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쓴 것도 이해가 된다.
저출산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원금이 아닌 열악한 사회·육아환경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공교육을 활성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전월세 안정화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육아 시스템을 재정비해 출산해도 아무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전망처럼 대한민국이 2300년대에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비극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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