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에 다시 한번 '위기'가 궤적을 채우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말을 당선 일성으로 꺼냈다. 하지만 현실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 당장 성장의 알곡이 사라지고 있다. 올 성장률은 2% 초반에 그칠 것이고 내년에도 3% 남짓에 머물 것이 확실하다. 극적인 반전이 없으면 'L자형'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의 저울추를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두었지만 나라 곳간을 보면 분배의 연산을 논하는 것조차 버겁다.
이런 환경은 새 정부의 방향키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의 말처럼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 책무요, 이를 위해 성장의 새로운 살이 돋도록 해야 한다.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부자가 돈을 쓰게 하고 기업인이 맘껏 뛰어 놀게 만드는 것이다. 부자가 소비의 수레를 앞에서 끌면 성장의 수레를 돌리는 윤활유가 만들어진다.
더 급한 일은 기업인에게 가혹하게 씌워진 사회적 비판의 형틀을 벗겨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인들은 너무 피곤하다. 최대 경쟁자인 일본의 아베 신조 차기 총리가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가면서 엔화약세 만들기에 나선 반면 우리는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에 함몰돼 기업인을 몰아세워왔다.
죄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기업인에게 대사면을 단행해 세계무대에서 뛰어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당선인이 감세와 규제완화를 뼈대로 한 '줄푸세'를 말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성장의 열매를 맺도록 부자와 기업인에게 신바람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약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이었던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선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약속과 신뢰'에 매몰되면 성장의 새싹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지난하다.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 등은 롤모델인 대처리즘과 맞지 않는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 ▦18조원 국민행복기금 조성 등 핵심 공약이 소중하다는 점을 말할 나위도 없지만 ㈜대한민국에 우선 필요한 것은 공약을 이행할 성장의 그릇을 채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참모들은 촛불시위에 당황해 집권 초기 1년을 허비한 것을 뼈아파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초기 6개월간 복지의 유령을 쫓다가 전세계가 즐긴 성장의 열차를 타지 못했다. 당선인이 그들의 전철을 밟을지, 구원투수로 멋지게 성공해 우리 경제에 'U자형' 성장의 날개를 달아줄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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