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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중·러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에 손 놓았나

우리 해군과 공군이 21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인 이어도 지역에 한국형구축함(KDX-Ⅱㆍ4500톤급)과 최신예 전투기 F-15K를 긴급 투입해 방공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중국과 러시아가 동중국해에서 시작해 26일까지 계속되는 연합해상훈련구역이 KADIZ 남단에서 북쪽으로 최대 230㎞, KADIZ 서쪽 끝에서 동쪽으로 최대 172㎞를 침범한 데 따른 대응조치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국가 방공상의 요구에 따라 설정되는 공역으로 ADIZ 내 비행은 당연히 미리 계획을 통고해야 한다.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KADIZ 침범은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KADIZ를 이어도를 포함한 지역까지 확대 선포한 것을 무시한 행위요, 안보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므로 강력하고도 신속한 대응이 요구됐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실망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늑장을 부린 징후마저 읽힌다. 국방부는 중국이 해사국 홈페이지를 통해 연합군사훈련 지역을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지 4일이나 지난 20일 오후에야 주한 중국무관을 불러 중·러 연합훈련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주말이 겹쳐 대응이 늦어졌다"는 군의 설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국토방위에 어떻게 주말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중·러의 KADIZ 침해 사실을 미리 확인하고도 군사훈련 지역 일대를 지나는 한국 유조선이나 상선 등 선박 안전을 위한 공지를 일절 하지 않은 외교부의 미온적인 자세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중국해 연합훈련구역을 KADIZ까지 넓힌 건 미일 공조체제가 견고해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 포석으로도 읽힌다.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격화로 동북아시아 정세가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중일 ADIZ가 중첩되는 이어도 일대에서 우발적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 또한 KADIZ 침범 자체가 국제 도의를 저버린 대국(大國)답지 못한 졸렬한 처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행동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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