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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수능부정, 저편에 희망이…

고진갑 go@sed.co.kr

[특파원 칼럼] 수능부정, 저편에 희망이… 고진갑 go@sed.co.kr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교민사회는 물론 중국인 사회에서도 그렇다. 중국인들이 정작 놀라는 것은 한국 정보통신의 ‘양(量)’이다. ‘수능시간에 오간 문자 메시지만 2억통이 넘는다니, 그럼 한나절 동안의 문자 메시지는 도대체 몇 통이나 되나!’ 중국인들은 수능부정이라는 단면을 통해 ‘정보통신강국 한국’을 보고 있다. 물론 중국인들도 부정행위 자체에는 혀를 찬다. 중국의 입시부정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산아제한으로 형제 없이 홀로 자란 아이(소황제ㆍ小皇帝)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극성이 한국 못지않다. 중국 부모들의 치맛바람과 성적지상주의는 고질화된 시험 부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바꿔치기를 이용한 대리시험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 메시지로 답을 전송하는 수법은 아주 보편적이다. 휴대전화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로 시험지를 찍어 보내면 밖에 있는 ‘해결사’들이 문제를 풀어 답을 전송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교육부는 매년 6월만 되면 대입수능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비상이다. 고사장에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받는다. 심지어 수험생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지문인식기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부정행위는 줄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300여명의 수험생이 적발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절묘하게 이용해 시험감독관의 눈을 피해 점수 올리기에 인생을 건 수험생들의 도박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한국의 수능부정사건에서 한국의 저력을 읽는다. 한국에서 문자 메시지가 활발히 이용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부정행위를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다. 속칭 ‘엄지세대’로 통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손끝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일이다. 일부의 잘못을 마치 전체의 잘못인양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정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정보과학기술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교육만 이뤄진다면 ‘세계 최고의 정보과학 국가’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에서 본 한국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입력시간 : 2004-12-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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