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6조2,000억원 규모의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 개발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자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토지매매계약이 해지된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7월까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 협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가뜩이나 활성화가 더딘 청라국제도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청라국제업무타운 개발사업의 사업자인 청라국제업무타운㈜은 2월 만기 도래한 2,820억원 규모의 PF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실패했다. LH는 사업자가 협약이행보증금 1,860억원을 연체한데다 이미 받은 중도금마저 대주단에 회수당하자 토지매매계약을 지난달 해지하고 7월까지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사업 협약을 해지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사업자 용도변경 요청에 LH는 불가 방침=청라국제업무타운은 2008년 8월 토지매매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세계무역센터와 국제금융센터ㆍ생명과학연구단지 등을 건설, 동북아 지역의 금융허브와 바이오산업 메카로 발돋움한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가 급랭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총 6,171억원의 토지대금 중 네 차례에 걸쳐 납부해야 할 중도금 1,630억원을 연체했고 사업협약이행보증금 1,860억원도 내지 못했다.
10개 건설출자사들은 2009년부터 사업 협약을 변경할 것을 LH에 요구했고 접점을 찾지 못하자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지난해 10월 자본금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외국자본 비중도 대폭 낮추는 내용의 법원 조정결정이 내려졌지만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에 실패했다.
청라타운㈜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면적의 30%가 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바꾸고 호텔과 카지노ㆍ백화점 대신 비즈니스호텔과 대형마트ㆍ지식산업센터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건설출자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LH가 사업 협약 변경을 수용해주면 정상화가 가능한데 협상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LH는 자본금 축소와 외국인 투자비율 하향, 지식산업센터 허용 등을 수용한 만큼 더 이상의 용도변경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LH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기대가 큰 사업이어서 공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법원의 조정결정을 거부하는 등 사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철 밟나=이 같은 상황은 사업계획 변경을 둘러싸고 토지주인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들이 갈등을 빚은 끝에 청산 절차에 들어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유사하다.
토지주인 LH가 코레일과 달리 지분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지만 사업이 무산되면 양측이 큰 손실을 입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청라지구 활성화가 절실한 LH는 국제업무타운 조성사업이 지연될 경우 유무형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자본을 댄 민간 출자사들은 각 회사별로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게 된다. 더욱이 최대주주였던 외국계 투자자 팬지아가 처분한 보유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을 통해 조달한 상태여서 추가 손실도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청라국제업무타운 개발사업의 정상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최대 주주였던 팬지아가 철수하기로 한데다 10개의 건설출자사 중 쌍용건설이 워크아웃 중이고 삼환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올 초 졸업한 상태다. 여기에 두산ㆍ롯데건설 등도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라타운㈜은 5년간 이자비용으로 낸 돈만 843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대주단은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을 실행, 토지주인 LH가 청라타운㈜으로부터 받은 토지대금 4,132억원에서 대출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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