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태평로 등을 잇는 '김치 로드(Kimchi Road)'를 조성해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축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김치 로드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시식하거나 즉석에서 담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첫 개최시기는 김장철에 맞춰 11월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11월께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태평로 등에서 대규모 김치 체험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축제를 기획할 총감독이 조만간 선임되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주께 총감독을 선임하고 세부사항을 조율한 뒤 전국 17개 시도에 축제 참가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은 한해 1,00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글로벌 도시지만 마땅한 축제가 없었다. 상반기에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매년 열리고 있지만 국적불명의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하고 가는 단순 구경거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서울도 대표적인 축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왔다.
김치 축제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인 김치를 활용하면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나 독일의 맥주 축제 등과 같이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 수 있다는 박원순 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지시로 지난해 가을부터 김치 축제 개최 가능성을 검토해왔다"며 "재선으로 추진동력이 생긴 만큼 올 11월 첫 개최를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부터 한국야쿠르트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매년 3,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김장김치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 등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해온 만큼 축제 개최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는 김치 축제를 장기적으로 독일의 맥주 축제나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축제에 참가하는 업체들의 국내외 판로 개척도 도와줄 계획이어서 현장에서 김치 시식을 하면서 해외 바이어들과 수출계약도 체결할 수 있는 김치 트레이드 박람회로 자리매김할 경우 경제적 파급영향도 기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치를 즉석에서 만들고 대규모로 유통·전시하려면 위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축제를 담당하는 부서 외에도 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함께 추진반을 꾸렸다"며 "위원회도 구성해 자문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등 축제 개최로 진주시와 갈등을 빚었던 만큼 서울시는 20년째 세계김치문화축제를 열고 있는 광주시와 명칭 사용, 개최시기에 대한 사전조율에 나섰다. 박 시장은 3일 윤장현 광주시장과 만나 '서울과 광주의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김치 축제 활성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광주의 김치 판로 개척을 약속하는 등 논란을 없애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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