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통계와 실물경제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일 만큼 경기가 침체되고 고용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마당에 물가상승은 곧 서민생활 수준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더욱이 예년의 경우에도 집중호우로 폭등한 물가가 1~2개월 지속되고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내내 물가압박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들의 체감물가 상승도는 보다 가파른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전세가격 폭등세가 가을철 전세수요와 맞물릴 경우 미증유의 전세대란 발생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상반기에 부진했던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되살아나는 움직임, 즉 상저하고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양이나 이 경우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일 때마다 공기업들이 억제해온 공공요금을 올리고 민간 부문의 관련 요금도 서비스료를 중심으로 줄줄이 상승했던 전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장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이 언제까지 억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물가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환율과 국제원유가격은 국내 물가에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다. 경기회복에 필요한 수출증대를 위한 환율관리가 중시되면 지난 정권 초기와 같이 외부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이 재연될 수도 있다. 둑은 작은 균열로 터지기 마련이다. 물가관리에 실패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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