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진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른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티파티 계열 후보들은 줄줄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오리건주 상원의원 후보경선에 나선 티파티계 제이슨 콩거 주 하원의원은 득표율이 34%에 그치며 모니카 웨비(53%) 후보에게 완패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 경선을 비롯해 조지아주·아이다호주에서도 티파티 계열이 패배했다.
특히 공화당 주류 대표와 티파티 후보 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켄터키주에서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60%의 지지를 얻어 36%에 그친 티파티 계열의 매트 베빈 후보를 가볍게 따돌렸다. 아칸소주에서는 모든 계파의 지지를 받는 톰 코튼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미 언론과 정치권은 향후 경선판도를 가늠할 이날 예비경선에서 티파티가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 것이 이들의 본격적인 몰락의 신호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미 CBS가 최근 발표한 티파티 지지율은 15%에 그쳐 이들이 중앙정계에 본격 진출한 2010년 중간선거 당시의 31%에서 반토막이 났다.
고집스러운 원리주의자로 공화당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온 티파티는 집권 민주당과 사사건건 맞서며 정국을 여러 차례 교착상황으로 몰고 갔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요구한 예산안 처리를 거부하며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를 초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든 것이 티파티 몰락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불황과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등에 업고 성장했던 티파티가 미국 경제의 탄탄한 회복세 속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티파티그룹의 단골 의제였던 재정 문제도 적자폭이 계속 줄면서 여론의 관심권을 벗어난 지 오래다.
한편 티파티의 퇴조가 민주당에 도리어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매코널 원내대표 등 온건파가 주도하는 공화당이 '불통'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부동층의 표를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권은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이어 상원에서도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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