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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합의 정치' 첫 관문, 새해 예산안 처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오는 28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7ㆍ28일 열리는 본회의 일정에 맞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당초 약속을 여야가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연말을 넘기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다짐이다.

원론 합의에도 불구하고 각론에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당선인 공약이행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6조원을 증액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일방적 증액은 어림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더욱이 예산 부수법인인 세법 개정안을 두고서도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민주당이 박 당선인의 예산에 무턱대고 발목을 잡을 명분은 약하다. 대선 이전에 이른바 '새 대통령 예산'을 따로 떼어놓자는 주장을 먼저 한 게 민주당 아닌가. 역지사지의 전향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지고 보면 절충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같은 복지예산 증액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여야는 정부 제출 예산액(342조원) 가운데 1조원가량의 감액에 합의해둬 증액 여력도 있는 편이다.



정작 문제는 새 대통령의 예산이 현정부의 정책기조와 어긋난다는 점이다. 과도한 복지예산이 갈등의 불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상보육 증액을 둘러싼 당정 대립은 대선 이전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대선 이후에도 전면 무상보육에 반대하는 현정부의 기조는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당선인의 공약을 숙지하고 있을 테니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은 예산증액에 난색을 표한 현정부를 겨냥한 무언의 압력이다. 국회의 예산증액에는 반드시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집행할 예산이라고 해서 맘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칫하면 신구 권력갈등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복지지출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재정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현정부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한 복지공약이라면 차기 예산에 반영해도 늦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과정은 박 당선인이 내건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가늠할 리트머스지가 된다는 점을 새누리당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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