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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쇠퇴하는 대도시 경제활력 찾으려면


허문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람은 대도시로 보내야 한다는 옛말이 요즘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고도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대도시의 경제활력이 갈수록 쇠락하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경험하듯 도시도 성장과 쇠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번영을 누린 도시라도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침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최근 대도시 쇠퇴의 이면에는 고령화라는 소리 없는 재앙이 도사리고 있다.

고령화,속도 수도권·광역시 가장 빨라

우리나라 수도권과 광역시는 모두 고령인구 비중이 14% 미만인 고령화지역으로 분류됐다. 비수도권의 모든 지역이 고령지역(14~20% 미만) 또는 초고령지역(20% 이상)에 도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고령화 진행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최근 10년간 고령인구 비중 증가율은 수도권과 광역시 8개 지역이 1~8위를 싹쓸이했다. 젊은 계층의 많은 인구가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저출산에 더해 고령자 유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필자가 경제활동 기여도가 큰 생산인구(15~64세)와 지역소득(지역총생산)을 이용해 지역경제 성장경로를 추적한 결과 대도시는 인구와 소득요인 모두 전국 평균을 밑도는 쇠퇴지역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도시는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세와 생산인구 증가 둔화가 맞물려 경제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많은 국가나 도시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피할 수 없는 난제였지만 선제적으로 정책대응을 잘하면 부정적 영향을 상쇄 또는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대도시는 이러한 정책대응력마저 꼴찌 수준이다.

대도시가 경제활력을 되찾으려면 먼저 '보몰 병폐(Baumol's Disease)'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대도시 쇠퇴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이다. 통상 도시경제 발전과정을 보면 제조업 성장을 통해 주민소득이 증대한 후 산업구조는 자연스럽게 서비스업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는 데 비해 과거 제조업만큼의 생산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보몰의 병폐가 도시경제 쇠퇴를 가속화한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는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같은 생계형 서비스업이 많아 전체 생산성을 끌어내린다. 대도시가 보몰의 병폐에서 탈피하려면 의료·금융·교육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업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기술·첨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함으로써 고급인력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시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서비스업 생산성 높이고 산업 고도화를

중소거점 인재들이 더 좋은 일자리와 생활환경을 찾아 대도시로 유입된 결과 서울의 대졸 이상 인구는 30%를 넘고 부산과 대구도 20%대 후반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부산이나 대구의 경우 이들에게 부합하는 지식기반산업 일자리는 전국 평균을 밑돌아 고급인력의 도시성장 사다리 역할을 차단하고 있다. 도시재생 관점에서 대도시의 창의인재를 활용한 제조업 및 문화산업 중심의 창조산업화로 경제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키위새는 날개가 있지만 퇴화해 날지 못한다. 굳이 날지 않아도 먹이를 충분히 제공해주는 서식지의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창의인재들이 모여드는 그야말로 혁신의 중심지다. 이들만 바라보는 도시는 머지않아 퇴보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이들이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는 환경이 정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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