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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60년의 국운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이 역사적 고비를 너끈히 넘어가기 위해 저는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풍요와 배려ㆍ품격이 넘치는 선진 대한민국호(號)를 만들겠다는 일성으로 이명박 정부가 25일 마침내 출항의 닻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최우선의 시대적 과제로 '경제 살리기'와 '실용'을 강조하며 건국 60주년을 맞은 2008년을 '선진 일류국가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해 ▦활기찬 시장경제 ▦능동적ㆍ예방적 복지 ▦인재대국과 과학국가 ▦글로벌 실용외교와 한반도 평화정착 ▦섬기는 정부 등 5대 국정지표를 제시했다. '선진화를 위한 전진'을 주제로 작성된 8,700자 분량의 장문의 취임사를 주요 부문별로 요약, 소개한다.』 ■ 외교ㆍ대북관계 부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글로벌 외교’와 ‘에너지 외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먼저 그는 “대한민국은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하고 교류하는 글로벌 외교를 펼칠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짧은 문장으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다”며 “두 나라 사이에 형성된 역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일본ㆍ중국ㆍ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외교의 이면에는 ‘실용’이 담겨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발언이 뒤를 이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엔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힘쓸 것”이라며 에너지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외교 역량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ㆍ자원외교에 쓸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발언이다. ‘실용’의 원칙은 대북관계에서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더 생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야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히 “국제사회와 협력해 10년 안에 북한 주민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 그것이 바로 동족을 위하는 길이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단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 경제 부문 이전 참여정부 임기 중 끊이지 않았던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경제 부문에서 ‘성장’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절박한 표현이 보여주듯 ‘경제 살리기’는 사실상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선진화 원년’의 이음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 ▦규제ㆍ세제 개혁 ▦노사 동반의 시대라는 큰 틀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 앞으로 정부는 잘하는 곳은 더 잘하게 해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힘이 되는 역할을 맡겠다”며 특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강조했다. 작은 정부는 곧 정부가 기존에 거머쥐었던 규제권한의 축소를 의미한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는 이른 시일 내에 혁파하겠다. 머지않아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며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공장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인이 나서서 투자하고 신바람 나서 세계시장을 누비도록 시장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로 모아지는 정부 세제정책에 대해서도 ‘감세’ 입장을 비교적 명확히 했다. 그는 “세금도 낮춰야 한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난다”는 말로 경제 살리기의 해법으로 세제 부문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갈등의 노사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호소를, 그리고 한국 경제의 대외개방에 대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정치 부문 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사를 통해 변화의 최일선에 서야 할 주체로 ‘정치’를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 나게 하는 데 있으나 정치가 국민의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현 상황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가 변하지 않고서는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국가의 발전방향과 실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는 게 실용정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당리당략과 정쟁에 몰두하는 소위 ‘여의도식 정치’는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만큼 무조건적인 비판과 발목잡기가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의 정치를 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실용정치’라는 용어로 압축 표현했다. 필요할 경우 여야 구분 없이 흉금을 터놓고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길 수 있도록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이 대통령은 강조했다. ■ 복지ㆍ교육 부문 “시혜적ㆍ사후적 복지가 아니라 국가가 적극 나서는 능동적ㆍ예방적 복지다.” 복지에 대한 이 대통령의 구상은 역대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 큰 변별력을 가지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후 보전보다는 이들을 양산하는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식의 예방적 복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고 다 함께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가 돼야 한다”며 “능동적ㆍ예방적 복지로 나아가야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ㆍ고령사회에 대한 위기의식도 취임사에 반영됐다. 그는 “노령연금을 현실화하고 공공복지를 개선하겠다”며 “고령자를 위한 의료혜택과 시설을 늘리고 근로의욕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설명이다. 또 보육의 짐을 정부가 일부 부담,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생애주기와 생활형편에 따른 수요에 맞춰 맞춤형 보육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 문제를 복지와 연계하겠다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끈다.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이 대통령은 힘주어 말했다. 교육과 인재대국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인재대국의 첫번째 실천방안으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제시, “획일적 관치교육과 폐쇄적 입시교육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그리고 경쟁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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