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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특성화고 교감인 A씨는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뉴스부터 챙겨보는 게 주요 일과다. 학교로의 질병 전파 우려 외에도 A씨를 옥죄는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보건간호학과 학생들의 병원 실습 문제다. A씨는 "여름방학 간호조무사 교육실습 등 학교정책을 선행해 확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메르스가 장기화돼 잠이 안 온다"며 "특성화고 관련 정부대책은 나온 게 없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메르스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름방학 병원 실습을 앞두고 있는 전국 43개 보건 관련 특성화고등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 관련 특성화고는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해 방학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병원 실습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메르스 사태 여파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각 학교들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지난 학기 초 이미 학생들을 교육할 병원 선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달 초 간략한 면접을 겸한 학생들의 병원 방문을 거쳐 기말고사 종료 직후인 7월20일께부터 전국 각지 병원에서 실습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 학교는 특히 위탁병원 선정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더 번지거나 추가적인 병원 폐쇄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을 교육할 '안심병원'도 찾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방학 실습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없고 고교 졸업시 취업도 불가능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반드시 실습이 필요하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에서 실습병원을 지정해주거나 교내 실습 등으로 대신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고교 중 간호보건학과를 운영하는 학교는 모두 43개로 시도 교육청 산하 산업정보학교(일반고 위탁직업학교)와 학력인정시설(고등기술학교 등) 4~5개를 제외할 때 모두 보건간호학과를 설치했거나 보건전문으로 운영되는 특성화고등학교들이다. 서울 지역 6개 특성화고교와 1개 정보학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약 7,70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보건 관련 학과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종합병원·병원 교육 400시간을 포함해 전체 학과교육시간(740시간)에 상응하는 총 780시간의 의료기관 실습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2~3학년 학생들은 방학마다 인근 병·의원으로 흩어져 실습을 할 수밖에 없어 2~3학년 8개 학급으로 구성된 A고교의 경우 학생들이 교육 받는 실습병원 숫자만 줄잡아 40~50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병원 실습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 유관부처와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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