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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숙원사업인 공중급유기로 유럽제가 선정된 것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미군과의 연합작전 등을 감안할 때 미 보잉사가 유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유럽제 선정 이유는=크게 세 가지가 손꼽힌다. 첫째는 성능과 가격. 후보 기종 가운데 가장 대형이어서 고가였지만 유로화 약세로 경쟁 기종과 제시가격이 비슷해졌다. 두 번째는 범용성. 여객기 A330-200을 기반으로 제작된 A330 MRTT는 공중급유 외에 병력수송까지 가능하다. 갈수록 해외파병이 잦아지는 군 입장에서 병력 300명, 화물 45톤을 적재할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가 1만4,800㎞에 이른다는 점에 가산점을 줬다. 세 번째는 정비성. 국적 민간항공사들의 정비 경험이 풍부해 웬만한 정비 소요는 국내 해결이 가능하다.
◇군 작전능력 확대=공중급유기 도입으로 공군의 작전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체공능력 증가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무장 탑재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공군 주력기들이 연료를 가득 채우고 완전무장할 경우 F-15K의 독도와 이어도 작전임무 가능 시간은 각각 30분과 20분. KF-16는 각각 10분과 5분 이내에 불과하다. 사실상 작전임무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공중급유기가 전력화하면 오는 2018년 이후 F-15K의 작전임무 가능 시간은 독도 90여분, 이어도 80여분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 대신 각종 미사일 등의 추가 탑재가 가능해져 개별 전투기의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백윤형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은 “공중급유기가 전력화하면 전투기의 작전반경이 평양~원산선 이북 지역으로 확대되고 평화유지 활동 및 국제적 신속 지원을 위한 장거리 대량 공수가 가능해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문제는=외형적으로 사업에 이렇다 할 걸림돌은 보이지 않는다. 예산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하는 사업예산은 기체 구매예산 1조2,000억여원에 격납고와 활주로 보강 등 시설구축 비용 2,000억여원을 합해 모두 1조4,880억원에 이른다. 공군은 당초 2017년부터 공중급유기를 전력화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2018년 이후로 조정됐다. 공군은 2018년 2대, 2019년 2대 총 4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사업완료 시기는 2020년으로 잡혀 있다. 다만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기 때문에 절충교역 등 에어버스사의 계약조건 준수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체 정비 능력은 있어도 급유작전 노하우와 군수용품에 대한 수리부족 지원 경험은 전혀 없어 유사시 한미 공군 간 연합작전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보이지 않는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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