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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억압, 자본주의=기생충"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지그문트 바우만·시트랄리 로비로사-마드라조 지음, 새물결 펴냄


사회주의, 그리고 '성마른 동생'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은 오래전에 수정되거나 폐기됐다. 최소한 생산수단과 재산을 공유하면 모두가 평등해진다는 의미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로 공산주의자이기도 했던 지그문트 바우만은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잘라 말한다. "사회주의는 제게 불평등과 불의, 억압, 차별, 모욕 그리고 인간 존엄성의 부정을 야기한 체제입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굴곡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바우만은 1960년대 말 폴란드공산당에 의해 조직된 반유대주의 축출운동에 의해, 1971년 망명해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기생적인 체제이며, 기생충처럼 숙주를 먹이로 하다 결국은 파괴한다고 말한다. 최근의 새 숙주는 미국 모기지 대출, 신용카드 이용자다. 같은 맥락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은행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은행의 탁월한 성공의 완전히 예견 가능한 과실'이라고 비꼰다. 결국 은행은 그간 '신용'을 매개로 잡지 못한 채무자층까지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멕시코 출신 사회학자인 시트랄리 로비로사 마드라조와의 대담 형태를 취하는 이 책은 미국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든다. 앞서 금융위기와 규제완화, 복지, 국가권력, 인권, 홀로코스트, 잉여인구-성(性),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인간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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