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자니 제조업 위축이 우려되고 무시하자니 유럽 수출길이 막힐 판이다. 대안으로 설비를 교체하고 청정에너지원을 도입하려 해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발등의 불인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것은 1992년 6월1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회의 폐막총회에서다. 기후변화협약과 의제 21, 생물다양성보존협약, 삼림원칙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것은 27개항으로 구성된 리우선언. 국제헌장으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선언으로 조정됐다. 불협화음의 중심은 미국. 일찌감치 환경보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온 유럽이 강력한 규제를 주장한 반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ㆍ소비구조를 가진 미국은 미온적인 협상태도를 보이며 국제비용 분담과 환경기술 이전에도 인색해 ‘추악한 샘(Filthy Sam)’이라는 비난을 샀다. 선언에 그쳤지만 리우회의가 주목 받은 이유는 178개 참가국 대부분이 기후변화협약 등에 서명했기 때문.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서명하자 협약에 가입하지 않겠다던 당초 방침을 바꿔 막판에 154개 서명국 중 152번째로 서명했다. 진통 끝에 탄생한 리우선언은 효과를 거뒀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12%나 늘어났다. 각국의 이기주의 탓이다. 특히 미국은 협약을 아예 탈퇴한 적도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약속마저 아들 부시 대통령 때 7분의1 이하로 줄어들었다. 리우선언의 구체적 실행방안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는 데도 1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문제는 갈수록 상황이 복합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문제에 자원고갈ㆍ식량난까지 겹치며 각국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지구촌도 더 빠르게 멍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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