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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메리칸 드림의 교훈
입력2007-02-20 16:23:48
수정
2007.02.20 16:23:48
서정명 기자
맨해튼 할렘가에는 한국 여성 베티 박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마나스’가 있다. 그녀는 미국 흑인들이 과거 노예 시절 즐겨먹던 ‘소울푸드(Soul Food)’를 판매하고 있는데 레스토랑 직영점이 7개에 달할 정도로 맨해튼에서 소울푸드 레스토랑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종업원 100명 대부분은 남미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와 흑인들이다. 그녀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애틋하다. 종업원이 감기에 걸리거나 몸살을 앓거나 건강이 안 좋으면 1주던 2주던 유급휴가를 준다. 이국 땅에서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마나스 가계를 꾸려나가고 이익을 안겨주는 것은 결국 종업원인 외국인 노동자들이라고 생각해 급료도 다른 음식점 직원들보다 20%가량 많이 준다. 또 수십 년간 기업의 흥망성쇠를 옆에서 지켜보며 그녀와 동고동락을 같이한 종업원들에게는 레스토랑의 일정 지분을 양도한다. 당연히 외국인 종업원들은 그녀를 ‘큰 누님’으로 부르며 헌신적으로 마나스를 위해 일한다.
그녀는 지난 74년 ‘외국인 노동자’로 미국에 건너와 갖은 고생을 견뎌내며 아메리칸드림을 일궈냈다. 그녀는 미국 사회가 시민권자든 외국인 노동자든 똑같이 기회를 주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했기 때문에 그녀가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또 마나스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대우를 해주는 것도 자신이 미국 사회에서 받은 것을 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미국 본토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보수주의 정객들이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해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월급을 체납하거나 인권을 유린하거나 인간적인 학대가 가해질 경우에는 ‘본토인’과 ‘이방인’을 차별하지 않는 엄정한 법 집행이 뒤따른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참상과 인권유린 실태가 여전하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행해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부당 대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을 일군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수성가 이야기가 훈훈한 화제를 낳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코리안드림을 안고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리안 악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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