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창조의 시대라고 한다면 예술가들은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인공입니다. 대한민국의 예술가를 양성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중창(重創ㆍ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쳐서 다시 짓는 것)을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최근 취임한 김봉렬(55ㆍ사진) 제7대 한예종 총장이 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지킬 것은 교수진의 열정과 학생들의 잠재력이고, 새롭게 가꾸고 늘려가야 할 것은 미래 예술 교육에 대한 꿈과 목표"라며 "21돌 맞은 한예종이 직면한 '중창의 역사'를 이룰 수 있는 설계자이자 도편수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공(건축사)이 한껏 묻어나는 취임 일성을 밝힌 김 총장은 "예술이 가장 인간적인 영역이듯이 교육 역시 인간이 인간을 성숙하고 완성하게 하는 거룩한 작업"이라며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치열하게 만나고 살아가는 소통의 공동체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창'을 무지개떡에 비유한 김 총장은 "겉을 보면 새것 같지만 단면을 잘라 보면 여러 겹이 층층이 쌓여 있는 무지개떡처럼 외연은 21세기에 맞게 가꾸지만, 세월의 흔적과 선조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 일환으로 국내외 우수 교수진 확충과 입시 제도 개선으로 잠재력이 큰 학생 유치를 추진키로 했다. 김 총장은 "예술학교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라며 "교수 정원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교수 대 학생 비율을 현재의 1대 32에서 1대 25 수준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력이 큰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예술학교만의 차별화된 입시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는 "이미 재능을 인정 받은 학생을 보석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찾는 인재는 원석과도 같다"며 "원석을 찾아내 갈고 닦아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가는 게 바로 예술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예종이 그 동안 추진해 온 법인화 문제와 캠퍼스 부지 확보 문제도 김 총장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그는 "석관동 캠퍼스(미술원, 연극원, 영상원)와 서초동 캠퍼스(음악원, 무용원)로 이원화된 캠퍼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도심에 별도의 '시티 캠퍼스'를 확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한예종의 4년을 책임질 김 총장은 이상적인 총장상에 대해 "무엇이든 잘 하는 영웅적 총장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다만 새로운 예술 비전을 제시하는 것, 학교를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하는 행정가, 필요한 재원 마련을 잘 하는 사업가 등 3가지 역할을 균형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함께 일했던 분들과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실무형 총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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