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24ㆍ하나금융그룹)의 버디 퍼트가 홀을 30cm 가량 지나쳤다. 속칭 ‘OK 거리’의 파 퍼트만 넣으면 메이저 왕관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중도 숨을 죽인 가운데 친 김인경의 퍼트는 홀컵 윗부분을 돌아 나오고 말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김인경은 왼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함께 플레이 한 서희경, 지은희를 쳐다보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날 선두권 선수 중 유일하게 보기를 범하지 않았던 김인경의 첫 보기가 바로 이 순간 나온 것.
김인경은 먼저 경기를 마친 유선영과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였다. 악몽의 18번홀에서 자신 없게 친 버디 퍼트가 홀에 미치지 못했고 5.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유선영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김인경은 “(정규 라운드 18번홀에서는) 아주 짧은 퍼트였는데 볼이 홀 오른쪽 끝을 향해 굴러가더니 돌아 나왔다”고 설명하고 “마크를 하지 않아도 될 거리에서 마크를 했던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솔직히 연장전에서는 집중하기 힘들었다. 운이 없었지만 내 게임이 좋아지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1m도 안 되는 퍼트라도 우승이 걸리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다. 긴장감 때문이다. 이번 시즌 유소연과 서희경도 우승 문턱에서 짧은 퍼트 실수에 발목이 잡혔다. 역대 메이저대회에서도 심심찮게 기록됐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989년 마스터스 최종일 60 cm 퍼트를 놓친 스콧 호크, 1970년 브리티시 오픈 마지막 날 90cm 퍼트를 실패한 더그 샌더스 등 메이저대회 우승을 날린 ‘역사적인 실수’ 사례를 떠올렸다.
김인경의 이 퍼트 실패로 연장전 합류를 넘볼 수 있었던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매우 안 됐다. 그 퍼트는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우승을 차지한 유선영도 “그런 퍼트는 평소 실패하는 일이 없는데 안타깝다”면서 “스포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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