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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

"향후 10년간은 고성장에 발맞춰 내실 확실히 다질것"



발빠른 시장 적응 전략이 지난 10년 성공비결
내부역량, 성장속도 못따라가 '성장통' 겪기도 도전 정신·긍정적 마인드 가진 인재 많이 육성
다롄조선소를 中조선산업'롤 모델'로 만들것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급성장이라는 외부 경제요건을 감안하면 STX그룹의 인수합병(M&A)은 결코 공격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수적인 것입니다." 이종철(58ㆍ사진) STX그룹 부회장은 "외부에서는 STX그룹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그룹을 키워냈다고 하지만 그건 오해일 뿐"이라며 "앞으로의 10년은 외형확장보다 내부역량 강화에 주력하면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그룹 출범 10주년을 맞아 비전2020을 발표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STX그룹으로 쏠리는 가운데 서울 남대문로 STX본사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STX그룹이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을 들어봤다. 많은 것이 궁금했지만 우선 지난 10년의 성공비결을 물었다. 이 부회장은 강덕수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세계 경제 패러다임 시프트에 발 빠르게 적응한 것이 신화의 비결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의 경제상황을 요약하면 세계경제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넘겨 받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라며 "중국이 양적 성장을 구가할 때 강 회장이 중국 경제발전보다 한발 빠르게 그룹의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한 것이 그룹을 성장시킨 결정적인 동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STX그룹 성장과정에서 성장통도 뒤따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0년 동안 그룹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내부역량이 고속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자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STX그룹은 내부역량 강화에도 그룹 경영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는 "그룹이 비전2020을 통해 그룹 매출 1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이 같은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역시 내부역량 강화속도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성장통을 경험한 후 앞으로 다가올 10년에서도 그룹의 성장속도에 걸맞은 내부역량 강화가 뒤따라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성장통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내부목표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서 비롯된 만큼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보다 도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나간다는 복심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도전정신과 긍정적 마인드로 뭉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STX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류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일류기업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STX그룹이 만들려는 기업문화는 인재상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부회장은 그룹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가장 먼저 긍정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꼽았다. 그는 "똑똑하고 부정적인 사람은 일이 안 되는 이유를 금방 찾아낼 수 있지만 기업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그러나 긍정적인 사람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두 가지 가능성의 끈을 잡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어 결국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열정을 가지고 국제화 시대에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인물도 STX가 바라는 인재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강조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 것은 바로 일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에 재미를 가지고 살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중국 다롄조선소에 거는 그룹 차원의 기대도 무척 컸다. 이 부회장은 STX 다롄조선소를 중국 조선산업의 '롤모델'로 만들어나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 대신 중국 다롄을 택했지만 STX그룹은 이곳을 고부가선박 건조의 메카로 키워낼 생각"이라며 "이 같은 진화를 통해 중국 업체들이 STX 다롄조선소를 반드시 배우고 따라잡아야 하는 롤모델로 부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공 후 아직 3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범용선 위주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지만 결국 오프쇼어(해양플랜트)에 주력해 중국 내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선도적인 조선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다롄조선소는 기술력,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조선소인 동시에 한국과 중국 간의 신뢰가 쌓이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주협회 회장으로서 해운업이 위기라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현재 해운산업이 수요(화물)와 공급(선박)의 불균형으로 침체상황이지만 오히려 재고가 없는 곳이 해운사이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해운은 재고가 없는 대신 장단기 용선(배를 빌리는 것)과 장단기 운송계약 방법이 있어 얼마든지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며 "강한 회사는 최근 같은 해운산업 불황을 장기 원가를 낮추고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호기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그룹 부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룹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와 내가 언제 이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줘야 하는가를 자문합니다. 어떤 후배가 내 자리를 이어가면 좋을까, 바람직한 전문경영인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지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드디어 답을 찾아냈습니다." 그 답은 통찰력과 균형감각이라고 했다. 경제와 사업의 큰 흐름을 읽어내고 균형 잡힌 사고 속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전문경영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게 이 부회장이 얻어낸 결론이다. 그는 이 두 가지 가운데서도 단연 균형감각을 꼽았다. "임직원들이 제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전문경영인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회사가 전문경영인의 판단착오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STX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STX그룹이 지난 10년간 힘차게 그리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외부에서는 부족함도 있고 잘한 점도 있다고 볼 것"이라며 "앞으로 10년은 좋지 않은 점과 좋은 점, 둘 다를 균형 있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시종일관 그룹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에서 STX의 성공신화가 10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물씬 배어났다.
33년간 해운업 외길, 지덕·맹장 면모 갖춰
■이 부회장은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현장에서 뛰는 실무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운업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측근들은 이 부회장이 업계의 현안을 워낙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그에게는 각종 대외활동에 앞서 해운에 관한 참고자료를 내미는 것이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라고 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부회장은 지난 1979년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무려 33년간 해운업계에서 한우물만 파왔다. 1991년부터는 선진 해운거래소와 세계적인 해운중개업체 등이 밀집한 영국 런던의 사무소장을 맡아 해외사업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는 인터뷰 내내 해운에 대한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부회장을 단순히 '지장(智將)'으로 정의하는 것은 섣부르다. 물러남이 없는 '맹장(猛將)' 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1989년 영국주재원 시절에는 모두가 반대하는 동구권 화물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화물 7만톤을 선적하는 데 7만달러를 요구한 담당자와 담판을 벌여 단돈 1,000달러에 합의한 일화도 있다. 특히 세계적 크루즈선사인 노르웨이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할 때는 지장과 맹장의 모습이 어우러져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위원회의 반독점 심사, 유럽 타 조선업체들의 견제 등 숱한 난관을 뚫어내며 업체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또 직접 아커야즈 주주총회에 참석,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 글로벌 영업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또 직원들에게 늘 칭찬과 배려를 앞세우는 덕장(德將)이기도 하다. 부하직원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쓰는 그는 상대방에 대한 호의와 칭찬이 질책보다 더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의 노트에도 '칭찬하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을 정도다. '영국신사'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천상 '바다 사나이'인 그가 해운선사 경영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대한조정협회와 아시아조정연맹 회장을 맡을 정도로 대표적인 바다 스포츠인 조정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최근에는 사내 피트니스센터에 조정기구 에르고메타를 들여놓고 직원들이 참여하는 조정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약력 ▦1953년 인천 ▦1971년 인천 제물포고 졸업 ▦1980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79년 범양전용선 입사 ▦1991년 범양상선 런던사무소장 ▦2000년 범양상선 제2영업본부장(상무) ▦2004년 범양상선 기획본부장(전무) ▦2004년 STX팬오션 대표이사(부사장) ▦2005년 STX팬오션 대표이사(사장) ▦2007년 한국선주협회 부회장 ▦2008년 STX그룹 지주ㆍ팬오션 총괄부회장 ▦2010년 대한조정협회ㆍ아시아조정연맹 회장 ▦2011년 한국선주협회 회장
"선주協회장 임기내 선박금융 전문기관 만들겠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한국선주협회장을 맡아 해운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제27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협회장으로서 가장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등 선박금융 부문이다. 이 부회장은 "한국은 선박금융이라는 게 전무한 현실"이라고 운을 뗀 뒤 "선박금융이 없다는 것은 강남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모든 은행이 집을 담보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말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 금융사가 선박금융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는 너무 요원한 일"이라며 "우선 선박금융 전문기관을 만들면 관련 전문가는 물론 선박금융의 전문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선박금융에 관한 가시적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한두 사람의 입김으로 하면 그건 로비일 뿐이고 정부ㆍ업계ㆍ관련기관이 인식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며 "공유된 인식을 바탕으로 임기 중에는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해운업을 제조업인 조선업을 지원하는 부대기능으로만 봤지 하나의 사업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외에도 선주협회장으로서 ▦해기사 수급부족 불균형 해소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협력 사업 발굴 ▦해양 관련단체들 간 결속력 강화 및 금융과 조선, 대량화주들과 상생의 협력관계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 해운산업은 반세기 만에 세계 5위로 도약한 저력을 갖고 있지만 해기사 수급 문제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한국이 오는 2020년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최종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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