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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9,000관중 "레오"로 한마음

‘역사를 차는 사내’ 메시, 챔스리그 위해 슬슬 뛰어도 1골 1도움…팬들은 2,000㎡ 현수막에 ‘레오, 넌 특별하고 대단해’ 헌사

(사진 위) 빌바오와의 프리메라리가 경기가 펼쳐진 현지시간 31일 밤 9만9,000명을 수용하는 FC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프누의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 차 있다. /바르셀로나=양준호기자

거리에 FC바르셀로나(바르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캄프누(Camp Nouㆍ새 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바르사의 추종자들은 땅거미가 깔리자 약속이나 한 듯 바르사 홈 구장 캄프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현지시간으로 31일 오후 9시(한국시간 1일 오전 4시).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 경기가 열리려면 1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캄프누 9만9,000석의 주인은 거의 다 정해져 있었다. TV 중계를 켠 주변 술집들도 설 자리조차 없을 정도.

예약한 표를 찾는 줄도 만만치 않아 1층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시간은 경기 시간인 오후10시가 다 돼서였다. 마침 들리는 것은 9만5,000여 관중이 전원 기립해 합창하는 ‘칸트 델 바르사(Cant del Barça)’. “출신이 남쪽이든 북쪽이든 중요치 않네. 바르사 깃발 아래 형제애로 뭉쳤다네.…그 어떤 이도 우리를 이길 수 없으니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이름 바르사, 바르사, 바르사!”

마침내 킥오프 휘슬. 팬들의 시선은 169㎝의 지구 최고 공격수에게로 일제히 꽂혔다. 무려 2,000㎡ 넓이의 초대형 응원 현수막에 적힌 이름, 바로 리오넬 메시(25ㆍ아르헨티나)였다. 현수막에 적힌 문구는 ‘LEO ETS UNIC! iSOS GRANDE!’. 특별하고 대단한 레오(메시의 애칭)를 카탈루냐어로 칭송한 것이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5골, 두 시즌 연속 50골, 바르셀로나 구단 사상 통산 최다골 등으로 축구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메시는 팬들의 ‘서프라이즈 이벤트’에 감동한 듯 미소를 머금은 채 한동안 현수막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메시는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빌바오 선수들은 교묘한 반칙으로 메시의 움직임을 둔화시켰고 주심은 휘슬에 인색했다. 급기야 전반 32분, 넘어진 메시는 양말을 내려 상처를 보여주며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순한 양’ 메시가 불만을 터뜨릴 정도니 관중석은 이미 폭동 직전이었다. 살벌한 분위기가 대번에 뒤바뀐 것은 불과 8분 뒤. 중앙에서 드리블하던 메시가 오른쪽의 안드레 이니에스타에게 슬쩍 패스를 내줬고 이니에스타는 수비수 1명을 달고 골망을 찢는 듯한 강력한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어 첫 골 어시스트의 주인공 메시가 후반 13분 페널티킥 쐐기골까지 넣은 뒤 이니에스타와 뜨겁게 껴안자 캄프누를 감쌌던 일말의 긴장감마저 관중의 환호 속에 완전히 소멸돼 버렸다. 결국 바르사의 2대0 완승(슈팅 수 20대4).

이틀 휴식 뒤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치러야 하는 바르사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팬들을 위해 메시를 풀 타임 출전시켰고 메시는 그라운드 내에서 알아서 체력 안배를 하면서도 1골을 추가했다. 올 시즌 56호골로 주요 유럽리그를 통틀어 한 시즌 역대 최다골 경신의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리그에서는 36골을 넣어 득점 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 1골차로 뒤져 있다. 리그 1위 레알 마드리드와 2위 바르사의 승점차는 여전히 6점.

관중석 옆 열의 바르사 팬 안토니오 에르난데스(37)는 경기 후 “스페인 재정 위기가 심각하지만 바르사 경기를 볼 돈은 따로 모은다”고 말했다. 그는 메시와 호날두의 비교를 요청 받자 “메시가 호날두보다 뛰어난 선수인 이유는 바로 겸손함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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