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변화하는 세상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고객들은 손바닥 안에서 뉴스ㆍTVㆍ책ㆍ음악 등 각종 미디어를 소비하고 서비스ㆍ상품 등 필요한 것을 찾아 확인하고, 비교하고 구매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가 다변화하면서 고객의 소비행태도 바뀌고 있다. 변화 중에서 큰 특징을 꼽으라면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소비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변화에 맞춰 타깃고객을 선별하고 그들의 니즈를 찾아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콘텐츠도 전에 볼 수 없었던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속도와 편리의 시대에 가볍고 소모성이 높은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고 있다.
책읽기로 집중력 있는 깊은 사고 배양
독서를 대체해 다양하게 즐길거리가 생기면서 지식문화를 선도했던 서적 유통업체도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사람들은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웹서핑은 물론 조간신문을 확인하고 못 본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는가 하면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정보기술(IT)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이런 현대인들에게 경고한다. 인터넷을 사용할수록 훑어보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하는 신경회로는 강해지는 반면 집중력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도 깊이 있는 사고 활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상품과 다를 게 없지만 한 시대의 핵심이 담긴 지식과 문화의 총체라는 독특한 면이 있다. 즉, 독서는 그 시대의 지식과 문화의 총체를 알아가는 행위로 특별히 집중력을 요한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고 한가지에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 독서의 가치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독서하는 뇌는 사고할 수 있는 시간에서 형성된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고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여 생각을 재편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처럼 독서는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종점에서 내 지혜가 만들어지는 출발점이다. 또 생각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다지는 삶의 훈련이기도 하다.
올해는 문화부가 정한 '독서의 해'다. 그러나 무조건 '책을 읽으라'는 구호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디지털 환경에 맞게 책 읽기 운동도 변해야 한다. 갈수록 집중하기 어려운 디지털 환경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줘야 하고,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친숙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단 독서 등 환경 조성 필요
그 해법으로 집단독서를 제안한다. 개인적 차원에 머물렀던 독서가 소규모 공동체의 독서활동 및 독서토론으로 이어진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사람들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이해하는 방법이 다르다. 각자 살아오면서 습득한 지식, 정보,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에 책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또한 다르다.
'우리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처럼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 공유하고 그 속에서 더 나은 지성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사고를 자극하고,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면서 사고는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교보문고는 집단독서를 기업에 적용시킨 '독서경영'을 기업문화에 확장해가고 있다. 독서경영이란 창조성의 기본이 되는 개인의 독서가 조직에 확산되고 공유돼 조직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경영관리 방식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독서경영을 통해 학습하는 기업문화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책을 읽게 하려면 소규모 독서 공동체를 즉 '풀뿌리 독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풀뿌리 독서운동'은 책 읽는 국민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학습하는 사회로 이어져 지식의 교감을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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