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을 빚다 중국의 희토류 자원무기화에 백기 투항했던 일본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자원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원확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일본 기업들은 그 동안의 '수비' 경영으로 차곡차곡 쌓아 둔 200조엔 이상의 현금과 엔고(円高)를 활용해 세계 각지의 자원개발권과 자원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올해 일본기업들이 성사시킨 해외자원 인수합병(M&A)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M&A컨설팅사인 레코프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성사시킨 금속ㆍ비철금속ㆍ원유ㆍ천연가스 관련 M&A는 총 35건, 금액 기준으로는 작년의 3.5배에 달하는 8,606억엔(약 1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건수와 금액 기준으로 각각 역대 최고기록이었던 지난 2007년(31건)과 2008년(5,057억엔)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의 글로벌 자원확보를 주도하는 것은 대형 상사들이다. 신문에 따르면 미쓰이, 스미토모, 마루베니를 비롯한 6대 상사들의 자원ㆍ에너지 투자는 올 회계연도에 총 8,000억엔에 달해 작년도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2월 미쓰이물산 등이 미국에서 약 4,000억엔을 투자해 천연가스 개발권을 확보하고 7월에는 스미토모상사가 1,700여억엔을 들여 브라질의 대형 자원업체인 우지미나스로부터 브라질 남동부 철광석 광산의 개발권 일부를 사들이는 등 이들 기업은 올 한해 해외 자원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 왔다. 니혼게이자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으로 대형 상사들이 투자여력을 갖춘 데다 정부 지원까지 가세해 올해 해외에서 자원확보를 위한 M&A가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협력은행(JBIC)의 자금 융자와 무역보험 투자 지원 등을 통해 이들 상사의 자원확보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사재기'는 해외 자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금융기관을 제외한 민간기업의 현금보유량(현금+예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약 206조엔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비용절감으로 모아 둔 자금 사용처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그 일환으로 공격적인 해외기업 M&A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조사기관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일본기업에 의한 외국 기업 인수금액은 총 3조3,000억엔 규모로 작년보다 8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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