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의 백대마가 어떤 식으로 탈출하는 것이 최선일까. 검토실의 여론은 백이 상변을 공연히 움직인 것 같다는 얘기였다. 하변쪽에도 미생마가 떠있는 입장인데 상변에 또 하나의 미생마를 만들다니. 자칫하다가는 양곤마로 호되게 쫓길 판이다. 여기서 이세돌이 들고나온 것이 희생타 전법이었다. 백52로 훌쩍 뛴 이 행마. 흑의 응수가 의외로 까다롭다. "멋진 행마 감각이군요."(백홍석)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백은 2에서 6으로 부드럽게 탈출한다. 참고도2의 흑1로 반발하면 백은 2, 4로 탈출의 리듬을 얻을 것이다. 이 코스는 흑이 백의 희생타 전법에 보기 좋게 말려든 형상이다. 8분을 생각하고 구링이는 실전보의 흑53으로 역습했다. 이세돌의 백54는 기세. 여차직하면 상변의 백 두 점은 선선히 내줄 작정이다. 5분을 생각하고 구링이는 흑55로 물러섰다. 이렇게 되면 백도 56으로 연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구링이는 노타임으로 57에 차단했다. 그러자 이세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백58로 움직였다. "혹독하게 다루는구먼."(윤현석) "파워 테스트지요."(백홍석) 백68까지는 외길이다. 여기서 흑이 한 수 더 손을 쓰면 상변의 백 4점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구링이는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는지 실전보의 흑69로 하변쪽 백대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수는 완착이었다. 백이 70 이하 74로 밀어올리자 흑의 실속이 생각보다 작다. 흑69로는 70의 자리에 두는 것이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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