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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월 21일] 쿠바에 부는 변화의 바람
입력2008-04-20 18:16:40
수정
2008.04.20 18:16:40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곧 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지난 1959년 1월부터 이제까지 반세기동안 쿠바를 지배했다. 이제 피델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며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Raul Castro)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쿠바혁명의 틀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라울은 피델의 뒤에서 국방장관과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지내면서 쿠바의 만년 제2인자의 위치를 지켜오고 있었다. 2006년 7월31일 피델이 대장수술에 들어갈 때 그가 지니고 있던 모든 권한을 동생에게 넘겼으며 드디어 2월24일 공식적으로 라울이 국가평의회 의장, 육해공군 총사령관 쿠바 공산당 제1서기가 됐다.
피델이 제1선에서 물러나고 만년 2인자였던 라울이 국가원수로 부각되면서 어떠한 변화가 쿠바에 올 것인가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의 테두리 안에서 가급적 많은 변화를 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대행 기간을 빼고 한 달 남짓한 실질적인 집권기간 쿠바에 불러온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라울은 정치적인 변화 없이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는 중국을 쿠바의 모델로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먼저 국민들의 불만을 없애주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 기관지이며 쿠바의 거의 유일한 중요 신문인 그란마(Granmaㆍ멕시코에서 쿠바 혁명투쟁을 위해 타고왔던 배이름)에 독자란을 신설하게 하고 불만사항을 게재하게 하면서 지면도 16쪽으로 대폭 늘렸다.
동시에 이 신문은 처음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기사도 내기 시작했다. 이어 2중 제도로 돼있는 화폐제도를 손질하려고 하며 이제까지 금지됐던 쿠바인들의 관광호텔 사용도 허가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호텔은 외국인들의 전용으로 돼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변화는 쿠바인들의 해외여행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농민들의 농기구 구입과 일반인들의 컴퓨터, DVD 재생기, 비디오 등의 구입도 허가했다. 또한 의사처방을 받고도 약 구입은 지정된 약국에서만 구입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라울은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후 닥친 경제난 때 농업개혁을 하도록 형을 설득해 농업생산을 배가하는 성과를 얻은 바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비록 소극적인 것이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조짐임에는 틀림없으며 조금씩 폭 넓은 변화도 기대해볼 만하다.
라울은 어떤 사람인가. 1931년 6월3일생으로 카스트로 3형제 중 막내다. 라울은 형처럼 카리스마도 없고 연설도 선동적으로 할 줄 모른다. 그는 제2인자답게 대중 앞에 나서기도 즐기지 않는다. 그는 충실한 사회주의 혁명의 투사로 형의 이념을 철저히 지켜왔으나 기본적으로는 실용주의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피델의 사회주의 혁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스트로 혁명은 1953년 7월26일 몽까다 병영공격으로 시작됐다. 이 몽까다 병영공격에 형과 함께 참여했다가 둘은 체포돼 22개월간 투옥된 다음 멕시코로 추방됐다. 그곳에서 체 게바라를 만났고 1956년 12월2일 그란마를 타고 쿠바로 침투했다. 그러나 정보가 새나가면서 쿠바 도착과 동시에 거의 모두가 사살되거나 체포됐고 카스트로 형제와 체 게바라 등 일부만이 겨우 살아남아 인접산악지대인 시에라 마에스트라 (Sierra Maestra) 산으로 진입해 게릴라 활동을 한다.
1958년 2월27일 게릴라 사령관으로 임명돼 전 독재 바티스타 정권에 대항해 싸우기 시작해 제2인자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전 바티스타 독재는 1958년 12월 말 보따리를 싸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떠나버리면서 카스트로는 1959년 1월6일 집권해 이제까지 쿠바를 이끌어왔다.
카스트로 혁명은 쿠바 한 나라의 혁명뿐만이 아니라 전서반구 정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체 게바라는 쿠바의 카스트로 혁명을 중남미 일대를 비롯해 아프리카에까지 확산시키려고 시도했다. 미국의 코앞에 있는 쿠바의 공산화는 미국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돼 현재까지 미국의 경제봉쇄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명실 공히 쿠바는 중남미 반미좌파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우고 차베스(Hugo Chavez)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피델을 아버지처럼 가깝게 대하면서 연 30억달러의 에너지 지원을 해오고 있다. 또한 쿠바혁명이 달성한 업적이라면 교육, 의료, 문화 스포츠 등 중남미에서는 돋보이는 성과를 올리고 있으나 인권문제를 포함한 국민경제는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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