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경제 잇는 '녹색 실크로드'로<br>강 따라 자전거·산책길 만들어 치수 넘어 '생활공간'으로 활용<br>유적 활용한 박물관벨트 조성 친환경 관광상품으로 재창조<br>지역 특산품·자연 자원등 연계 다양한 '금수강촌 사업' 추진도
| 4대강 사업 전 낙동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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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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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장마나 태풍이 오면 집이 또 물에 잠길까 걱정이 태산이었지요. 불어난 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덜컥 겁이 났습니다."
어린 시절 서울 풍납동에서 살았던 변재목(41)씨는 큰비가 올 때마다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풍납동은 장마철 상습침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치수사업으로 강동권의 주거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굳이 장마와 홍수가 아니더라도 강은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 서울을 동서로 관통하는 한강만 하더라도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로 단절돼 공원 외에는 이렇다 할 문화시설조차 없는 공간으로 방치돼 있다.
한강은 그나마 낫다. 지방 하천들은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은 채 대부분 생활권과 멀리 떨어져 '상수도 공급원' 정도로만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허만율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효과가 크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 및 관리가 이뤄진다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수를 넘어 4대강을 생활공간으로=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적을 단순히 물을 다스려 가뭄의 피해를 막고 미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로 한정하지 않는 데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이 깔려 있다. 각 강과 연계된 문화ㆍ레저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지역경제와 관광지도가 바뀌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4대강 사업을 통해 그동안 주변부로 방치돼 있던 수변(水邊) 공간을 국토의 중심이 되는 삶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 둔치에는 산책로ㆍ자전거 도로, 운동시설, 벤치 등 여가공간을 만들고 자연관찰 시설과 수변 전망대를 설치하게 된다. 특히 강의 상하류를 연결하는 총 1,728㎞의 자전거도로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에 접근하기도 한결 쉬워진다. 도심과 수변을 연결하는 녹색 보행길을 만들고 제방에는 진입계단 및 장애인ㆍ노약자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또 강변을 주변의 지형조건, 경관, 역사ㆍ문화적 조건 등을 고려한 테마별로 디자인하고 습지생태계 등 생태축과 연결해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을 지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공공청사ㆍ박물관ㆍ미술관 등 공공문화시설도 배치할 계획이다.
◇역사와 문화도 흐른다=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닌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관광상품으로 재창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견인차로 만들 방침이다. 강 자체는 물론 주변환경을 이용한 문화ㆍ레저산업을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
우선 4대강 주변의 역사문화 유적을 활용한 박물관 벨트가 조성된다. 가야문화권을 대표하는 낙동강, 백제문화권을 대표하는 금강, 마한문화권을 대표하는 영산강, 삼국문화권이 어우러진 한강 등의 유적을 발굴ㆍ복원하고 박물관ㆍ전시장ㆍ역사체험장도 갖추게 된다.
김동주 국토연구원 국토계획ㆍ지역연구본부장은 "유역별로 특화된 문화유적이 정비되면 지역문화의 정체성이 회복되는 것은 물론 지역문화ㆍ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한 다양한 연계산업 추진돼=지역의 특산품과 자연자원을 연계한 농어촌 개발사업인 '금수강촌(錦繡江村)'사업이 추진된다. 영산강 주변 간척지 등 대규모 농업이 가능한 지역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 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사업 초기에는 중앙정부 주도로 8개 지구를 선정해 우선 추진하고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23개 지구로 확대한다.
강을 이용한 녹색관광 문화상품도 만들어진다. 내륙ㆍ강ㆍ바다를 연결하는 친환경 유람선 관광상품과 역사ㆍ문화 체험길과 숙박시설이 연계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수상레포츠단지는 기본이고 세계적인 자전거 축제인 프랑스의 '투르 드 프랑스'처럼 4대강을 자전거로 종단하는 스포츠 관광상품도 개발된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건설산업으로만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착공부터 완공까지인 2~3년 과정만 해당된다"며 "각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아이디어가 결합된 (문화ㆍ레저) 사업으로 발전시키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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