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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상태 혹은 안정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려는 성질을 뜻하는 '항상성(恒常性)'은 모든 생물체의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요소다. 인간은 36.5℃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며, 적절한 수준의 혈당량과 알맞은 수준의 수분량, 산소농도, 산성도 등이 꾸준히 필요하다.
이 같은 요소들의 균형상태가 깨질 경우, 예를 들어 운동 등으로 체온이 상승하거나 체내의 산소농도가 떨어질 경우 우리 몸은 자동적으로 땀구멍을 열어 열을 배출하고, 빠른 호흡을 통해 산소의 흡입량을 늘리게 된다. 이런 것이 바로 항상성이다. 극한의 외부환경이나 질병 등으로 항상성이 깨질 경우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생물체나 생태계에 주로 필요한 항상성은 사실 우리 사회 혹은 삶 전반에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특정 영역에서의 균형상태가 깨진다는 것은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깨진 균형상태를 그대로 놔둘 경우 결국 사회가 혼란스럽거나 우리 삶이 고달파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삶에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소비의 항상성 유지다. 일생에 걸친 개인의 삶을 균형있게 잡아주고, 노년의 삶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바로 소비의 항상성이다.
특히나 100세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의 항상성은 더욱 필요하게 됐다. 길어진 인생후반으로 필요한 자금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노후를 생각하며 소비의 항상성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길어진 인생후반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령가구(가구주 60세 이상)의 38%에 해당하는 101만 가구가 최저생계비조차 벌지 못하는 빈곤가구다. 가구주가 은퇴한 10가구 중 4가구가 빈곤가구라는 얘기다.
결국 노후에도 소비의 항상성이 유지되려면, 즉 노후에 소비되는 자금이 부족하지 않으려면 젊은 시절에 노후의 소비규모를 생각하며 자금을 안분하는 수 밖에 없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저축으로 대변되는 연금이나 보험 등의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와 저축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와 미래의 삶 사이에 균형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소비를 늘리는 것이 현재의 삶에는 유리하지만, 미래의 삶에는 부정적이다. 반면 저축을 늘리는 것은 현재의 삶을 다소 힘들게 하지만, 미래의 삶에는 도움이 된다. 현재도 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이라면 소비와 저축의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소비를 줄이고 노후를 위해 저축의 양을 늘리는 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간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간 꾸준히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도 있다.
생활 주변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지출을 줄이면 예상보다 큰 금액을 저축할 수 있다. 식후에 즐기는 커피 한 잔, 퇴근 길의 술 한 잔, 기름값 등의 교통비, 통신비 등에서 조금씩만 줄여도 한 달이면 모르긴 몰라도 꽤나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소비를 줄이려는 의지와 노력 없이 기존에 하지 않던 저축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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