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시즌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하위권 팀들의 '잔류 전쟁'이 확전되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팀당 9~12경기뿐. 2부리그 강등권인 18~20위에 코리안 리거가 속한 팀이 두 개나 돼 국내 팬들도 가슴 졸일 상황이다.
김보경(25)의 카디프는 29경기를 치러 6승7무16패(승점 25)로 18위, 기성용(25)의 선덜랜드는 26경기에서 6승6무14패(승점 24)로 19위다. 20위는 승점 21점의 풀럼. EPL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웨스트브롬도 28경기에서 승점 25점밖에 챙기지 못해 카디프와 선덜랜드는 언제든지 강등권에서 탈출할 수 있다. 16일 0시(이하 한국시각) 카디프는 에버턴, 선덜랜드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붙는다.
◇EPL 잔류, 대표팀 주전 두 토끼 잡는다=카디프는 2부리그에서 올 시즌 EPL로 승격했다. 1992년 EPL 출범 후 첫 진입이었다. 카디프의 승격을 이끌었던 김보경으로서는 한 시즌 만의 2부리그 복귀는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표팀에서 확실한 주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김보경은 월드컵에서 더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카디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김보경은 왼쪽 공격과 섀도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지만 왼쪽은 손흥민(레버쿠젠)으로 굳어지고 있고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오려면 구자철(마인츠)과 경쟁해야 한다.
김보경으로서는 소속팀의 EPL 잔류를 이끌고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도 찍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서는 셈이다. 상황은 괜찮아 보인다. 1월 올레 군나르 솔샤르(노르웨이) 감독 부임 이후 이적생들에게 출전 시간을 뺏겼던 김보경은 이달 들어 EPL 2경기에 연속 풀타임 출전했다. 지난달 9일 스완지전 풀타임 이후 2경기 연속 결장했다가 이달 3일 토트넘전과 9일 풀럼전에서 선발로 나와 끝까지 뛰었다. 3대1로 이긴 풀럼전에서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EPL 사무국이 뽑은 29라운드 베스트11로까지 뽑혔다.
16일 원정 구장인 구디슨 파크에서 맞닥뜨리는 에버턴은 리그 7위(13승9무5패·승점 48)의 강호. 하지만 지난해 9월1일 카디프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0대0으로 비겼었다. 당시 김보경은 선발로 나와 후반 막판 교체됐다. 현재 선덜랜드(26경기)보다 3경기나 더 치러 불리한 입장이라 카디프는 에버턴전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승세로 분위기를 전환한 김보경에겐 둘도 없는 기회다. 김보경의 올 시즌 성적은 26경기(EPL 23경기, FA컵 3경기)에서 1골. 두 번째 골이 터질 때가 됐다.
◇구스 포예트 감독을 위해=구스 포예트(우루과이) 선덜랜드 감독은 14일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강등을 두려워했다면 진작에 (선덜랜드 감독을) 관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포예트 감독은 기성용에게도 특별한 존재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포예트 감독은 입지가 불안하던 기성용을 꾸준히 기용했고 기성용은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하며 감독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기성용은 올 시즌 선덜랜드에서 28경기(EPL 21경기, 리그컵 6경기, FA컵 1경기)에 나와 3골 2도움을 올렸다. 포지션 특성상 공격 포인트는 많지 않지만 튼튼한 허리로서 조타수 구실을 하고 있다. 포예트 감독이 올 때부터 그를 지지해온 기성용은 최근 인터뷰에서도 "감독님은 강팀과 약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와 함께라면 나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선덜랜드의 잔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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