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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더 브레이브'

복수냐 진정한 용기냐… 뭉클한 서부극<br>아버지 복수 나선 소녀 이야기<br>코언 형제식 통렬한 유머 넘쳐<br>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아버지가 죽었다. 죽고 죽이는 일이 흔하던 황야에서 경찰에게 살인범을 잡는 일은 한참 밀린 서류작업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러 온 열 네 살 소녀는 울기는커녕 관을 짜서 이송하는 가격까지 흥정할 정도로 당돌하다. 막 사형된 시체 세 구가 안치된 시체 안치소에서 잠을 자고 가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직접 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영화 '더 브레이브(원제 True Grit)'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나선 당돌한 소녀 이야기다. "어머니는 정신줄을 놓았고 동생은 아직 너무 어리니 내가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하는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악명 높은 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를 고용해 아버지의 살인범 톰 채니를 뒤쫓는다는 내용이다. 찰스 포티스가 1968년에 발표한 소설 'True Grit'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은 이미 1969년 존 웨인이 주연한 '진정한 용기'로 영화화됐다. 웨인은 당시 이 영화로 환갑을 넘긴 나이에 생애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프 브리지스는 이번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960년대 나온 서부극이 2000년대에 무슨 재미가 있겠냐 싶지만 이 작품을 만든 연출가가 에단ㆍ조엘 코언 형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던 이 형제는 특유의 통렬한 유머와 부조리한 시선으로 서부극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교훈극으로 바꾸었다. 아버지의 복수에 나서는 비장한 설정이지만 예상과 달리 영화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러 나선 소녀의 모험을 보여주는 듯하다. 유쾌한 긴장과 긴박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작품은 특히 함께 살인범 톰 채니를 잡기 위해 합류한 텍사스 레인저 '라 뷔프'(맷 데이먼)와 보안관 카그번의 사격 대결 장면에서 14살 소녀보다 철 없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유쾌하게 이어지던 영화는 정점에 다다르면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직 복수의 진정한 의미도 알지 못했던 소녀가 게임과 다를 바 없이 행한 복수가 과연 진정한 용기였는지 묻는 것이다. 작품은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코언 형제는 이 작품으로 자신들의 작품 사상 가장 높은 흥행 수익(북미에서 1억 6,000만 달러)을 올렸다. 24일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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