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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설'마했던 그 영화를? 수상한 안방

■ 볼만한 TV 영화

시계방향으로 수상한 그녀,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킹스스피치, 보이A

오랜만에 만끽하는 긴 휴식의 시간, 외출하기 보다는 집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보내기를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설 연휴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TV 영화들은 뭐가 있을까.

■수상한 그녀 (SBS, 21일 오후 9시 55분)

대학 교수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할매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상심한 마음을 달래려 밤거리를 걷던 중 우연히 청춘사진관을 발견하고 영정사진이나 찍자는 생각에 들어간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말순은 깜짝 놀란다. 버스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칠순 할매가 아니라 가장 예뻤던 스무 살 시절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얼굴로 돌아온 사실에 기뻐하며 젊은 시절 동경하던 배우 오드리 햅번처럼 머리도 자르고 이름도 오두리(심은경)라고 짓는다. 어리고 예쁜 겉모습과 달리 행동과 말투는 마냥 70대 할머니 그대로인 심은경의 연기를 보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지난해 1월 개봉한 영화는 전국에서 865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말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심은경은 이 영화로 5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킹스스피치 (EBS1, 21일 오후 11시 10분)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로 1936년부터 1952년까지 재위한 조지 6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훗날 조지 6세가 되는 요크 공작(콜린 퍼스 분)은 어릴 때부터 심하게 말을 더듬는 증상이 있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싫어했다. 다행히 장남인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가 왕위를 잇게 됐지만, 형은 왕이 된 지 8개월도 안 돼 이혼녀와의 사랑을 이루고자 왕좌에서 내려오겠다고 선포한다. 평소 딸들과의 대화에서도 말을 더듬곤 하는 그가 국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해야 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 것.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부인(헬레나 본헴 카터)은 호주 출신의 평민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시)를 소개한다. 로그는 왕이 말을 더듬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애칭을 부르는 등 친근하게 다가가지만, 왕실의 자존심과 부담을 한몸에 지고 살던 왕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들키지 않기 위해 벽을 쌓는다. 영화는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EBS1, 20일 오전 9시 40분)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단편소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그리고 김유정의 '봄봄'을 화폭에 옮겨 놓은 작품이다. 원작에 충실한 이 90분 분량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봐도 좋은 수작. '메밀꽃 필 무렵'은 소설 속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상상만 하던 풍광을 직접 눈으로 보는 재미가 크다. 커다란 보름달과 그 아래 흐드러진 메밀꽃은 원작의 서정성을 그대로 담아냈다. 제작진은 '눈길이 희다',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는 묘사를 살리기 위해 메밀꽃을 한 송이씩 그려넣는 정성을 들였다. '운수 좋은 날'은 원작이 가진 비극적이고 우울한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920~30년대 경성 시내와 광화문, 인사동 거리, 전차, 건물 등을 세밀하게 묘사했고, 배경음악으로는 묘한 분위기의 재즈를 택해 감정의 울림을 키운다.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봄봄'은 코믹함과 구수함을 최대한 살렸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말이다.(중략)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와 같은 소설 속 문장들이 판소리를 통해 더욱 구성지게 읊어진다.

■보이A (XTM, 20일 밤 12시)

1993년 영국 열 살 난 두 소년이 두 살 배기 남자아이를 장난삼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화는 이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보여주는 것은 살인을 저질렀던 소년이 사회로 돌아오는 과정.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 이야기는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보는 내내 속죄와 용서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편견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다소 무거운 작품이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죄 값을 치르기 위해 소년원에 수감됐던 소년 '보이A(법원에서 소년범을 지칭하는 용어, 앤드루 가필드 분)'는 스물 넷 청년이 되고서야 세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직 마음은 열 살 소년에 머물러 있다. 소년은 잭이라는 새 이름으로 힘겹게 삶을 다시 시작한다. 계속 참회하고 노력한다면 과거의 잘못도 씻길 수 있으리라 조금씩 믿기 시작할 즈음 세상은 다시 그를 찾아 낸다. 그리고 세상은 '악마다 다시 돌아왔다'며 그를 옥죄기 시작한다.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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