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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개변론 사상 첫 생중계

'자녀 빼돌리기' 치열한 법리논쟁<br>"긴장감 느껴진다" 시민 열띤 반응

21일 오후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대법정. 평소와 달리 방송사 카메라와 취재진이 몰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10분 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이 들어서자 예의 법정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가 짙게 내려앉았다.

공소장을 읽어 내려가는 이건리 검사의 목소리는 생중계를 의식한 듯 조금 떨리는 듯했지만 이내 차분해지면서 무게감이 실렸다. 다만 손에 들고 있는 공소장은 이 검사가 느끼는 긴장감을 반영한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공개변론이 시작되자 법원행정처 직원들도 대부분 업무를 멈추고 TV나 인터넷으로 법정을 지켜봤다.

이날 대법원의 공개변론은 생중계로 진행됐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을 통틀어 재판 변론을 생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이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사건의 공개변론 과정을 중계할 수 있도록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KTV와 인터넷에서 중계된 대법원의 공개변론은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A씨(26) 사건. A씨는 남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동양육 중인 자녀(생후 13개월)를 데리고 출국해 베트남 친정에 자녀를 맡긴 혐의(국외이송약취 등)로 기소됐다.

어린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하는 부모 중 한 사람이 다른 부모와 협의하거나 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행위를 미성년자 약취죄 또는 국외이송 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다.

형법 제287조와 289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유인 또는 매매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1ㆍ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남편의 감호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도 "A씨의 행위로 자녀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검찰을 대리해 참석했고 김용직·한연규·양은경 변호사가 피고인을 대리해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이 부장은 "실력행사로 미성년 자녀를 임의로 데리고 나가 보호감독권을 침해하고 자녀 복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묵인한다면 사법부의 존재이유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의 대리인인 김용직 변호사는 "부부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아이를 데려간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와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각각 검찰과 변호인 측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변론을 했다. 베트남 국적의 피고인 A(26)씨는 2011년 6월 출국한 후 재입국하지 않아 공개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다문화 가정의 이혼 과정에서 외국인 부모가 한국인 부모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 국적의 자녀를 외국으로 데리고 갈 경우 약취죄(유괴)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판례가 될 수 있어 재판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배우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유죄가 확정된다면 친권과 양육권을 공동으로 가지는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의 협의 없이 자녀를 데려가 보호하는 관행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향후 이번 사건과 같이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변론 생중계 횟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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