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원 대 650원. 대표적인 대체재인 버터와 마가린 100g의 가격이다. 버터가 훨씬 비싸다. 당연하다. 버터 4.5㎏을 만들려면 우유 100㎏이 필요한 반면 마가린은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하니까. 양 재화의 대체재 관계가 성립된 것은 1869년. 프랑스 화학자 무리에(Hippolyte Mege-Mouries)가 마가린을 발명한 이후부터다. 파리 소재 한 병원의 화학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거품이 나는 알약, 종이 풀, 인공 피혁과 설탕을 발명한 무리에가 버터 대용품 개발에 나선 계기는 나폴레옹 3세의 친필 서신. 황제의 편지에는 프랑스 군대와 국민이 싸게 먹을 수 있는 버터 대용품을 개발해달라는 부탁이 들어 있었다. 크림전쟁과 청나라 출병, 멕시코 원정 등 수많은 전쟁을 벌였던 나폴레옹 3세는 새로운 전투식량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4년 만인 1869년 10월 무리에는 대용품을 만들어냈다. 쇠기름과 면양의 위액 추출물에 소량의 우유를 섞어 만든 대용품에 무리에는 ‘마가린(그리스어로 진주 색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색이 진주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무리에는 금메달과 포상금을 받았지만 정작 프랑스는 신형 전투식량 마가린의 효과를 얻지 못하고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무리에도 1880년 5월31일 63세를 일기로 쓸쓸히 숨졌다. 마가린으로 재미 본 나라는 네덜란드. 무리에의 특허를 사들인 네덜란드 유겐스사는 폭발적인 마가린 매출에 힘입어 세계적 식품회사인 유니레버로 성장했다. 20세기 초반 식물성 유지로 원료가 바뀐 마가린은 ‘살찌지 않는 버터’로 각광 받았지만 요즘은 트랜스지방 기피 현상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마가린은 버터의 대체재라는 교과서도 다시 써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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