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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野生·自生木
입력2005-04-05 16:42:53
수정
2005.04.05 16:42:53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정부가 지난 연말 의욕적으로 마련한 벤처활성화 대책이 하나 둘씩 추진되고 있다. 이달부터 패자부활제를 통해 실패한 벤처기업인도 재기할 수 있도록 하고 벤처캐피탈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창업자금 및 신규벤처 신청건수가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나고 코스닥도 살아나는 등 요즘 벤처업계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나친 벤처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전 과열로 터진 풍선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탓이다. 벤처만이 살 길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 ‘묻지마 투자’와 각종 게이트로 온 국민을 광풍 속에 몰아넣었던 악몽이 아직 생생하다.
이처럼 벤처지원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정부주도 방식이 단기간 내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 도덕적 해이나 시장왜곡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직접 나서 자금을 지원하거나 보증을 설 경우 도덕적 해이가 불가피하다. 지원기업의 경영상태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술력보다 로비력을 앞세운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이 3~5%에 불과한 현실에서 개별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투입비용에 비해 정책효과가 적고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된다. 지원자금으로 기술력과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난립한다면 시장왜곡과 벤처버블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벤처투자는 고위험ㆍ고수익(하이 리스크ㆍ하이 리턴)을 감내하는 투자자에, 기업생존은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물론 벤처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시장을 자극하고 투자의 물꼬를 터주는 최소한의 금융지원은 필요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투자 시스템이 구축되면 그때는 직접적인 지원 대신 시장에 대한 감독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모험심이 발휘될 수 있는 교육여건과 사회분위기 등 벤처토양 조성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벤처가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모처럼 의욕을 가지고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이번 벤처정책이 경제회생의 밑거름이 되고 훗날 우리 경제사에서 실패사례가 아닌 성공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시장원리에 충실한 정책적 운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지금 막 움트기 시작한 벌판의 새싹을 온실로 옮겨 지나친 영양공급을 해주기보다는 야생에서의 온갖 역경을 이겨내 튼튼한 자생목(自生木)으로 성장하도록 적절한 수준의 지원을 해줌으로써 앞선 ‘풍선의 교훈’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필자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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