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프런티어 마켓’을 잡아라.” 중동, 동남아 국가들을 지칭하는 프런티어 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 시장은 그동안 시가총액이 적고 증시 안정성이 낮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방어력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경제 성장 가능성 ▦브라질및 러시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프런티어 시장 투자매력 커져= 프런트어 시장은 우선 상대적으로 선진국과의 상관 관계가 높지 않고 대미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글로벌 신용경색 파장에서 한걸음 비껴 있다는 평가다. 또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며 부존 자원이 많은 자원보유국의 입지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그동안 상승세를 주도했던 러시아, 브라질 등의 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인 매력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중동지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같은 이슬람 권역으로 오일머니 투자가 집중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앞으로 5년은 중동투자가 대세= 중동 지역에 대한 투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등 글로벌 선진국 입장에서도 시작 단계에 까깝다. 그만큼 부상하지 않았던 숨은 시장인 셈이다. 그렇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앞으로 5년 간은 중동투자가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펀드 안전지대’가 크게 축소된데다 브라질, 러시아 등의 상승률이 상당해 최근 전문가들이 꼽는 유망 해외펀드에는 어김없이 중동 펀드가 포함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동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펀드(EMEA)를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에 가세했다. 하지만 EMEA 펀드는 러시아 등 동유럽국가와 이집트 등 북부아프리카 및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스라엘 등의 비중이 높고 중동지역의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ㆍ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카타르ㆍ오만ㆍ바레인 등 걸프협력기구(GCC) 6개국 투자 비중은 매우 낮다. 이들 투자국도 석유ㆍ가스, 철광석 등 원자재 수혜가 가능하지만 중동 투자 펀드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적절치 않은 셈이다. 중동 투자의 기준이 되는 MSCI 아랍지수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48.66%로 가장 높고 쿠웨이트(19.27%), UAE(11.24%) 등 GCC 6개국 비중이 86.09%에 달한다. 이집트(9.28%)를 포함한 기타국 비중은 13.91%에 불과하다. 브라질·러시아 증시는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향후 5년 중동투자가 대세"…관련 펀드 봇물
동남아 펀드 투자도 1년만에 10배이상 늘어
변동성 큰만큼 포트폴리오 차원 접근 바람직 ◇프런티어 펀드 봇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설정액이 가장 큰 JP모간자산운용의 ‘JP중동&아프리카주식’펀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비중이 43.54%로 이스라엘(16.4%), 이집트(12.96%), 터키(12.03%) 등에 투자하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EMEA’펀드 역시 남아공 비중이 41.3%로 가장 높고 러시아(30.27%), 터키(5.83%), 호주(5.01%) 등에 자산을 분산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동유럽중동아프리카업종대표주식형자’펀드는 러시아(49.22%), 남아공(15.95%), 터키(10.03%) 등의 비중이 높다. 실제 중동 투자 펀드는 올들어 등장하기 시작해 중동ㆍ북아프리카(MENA) 펀드를 중심으로 총 5개가 출시됐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국내 운용사 역시 상품을 내놓고 있고 세계 제1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투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사우디는 외국인 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별다른 투자 국경이 없는 주변 GCC국가와 손잡거나 외국인 투자가 가능한 펀드,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된다. 1월 선보인 기은SG투신운용의 ‘기은SG프론티어중동주식자’펀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24.74%), 카타르(26.9%) 이집트(24.81%), 쿠웨이트(12.93%) 등에 주로 투자하며 사우디 투자비중도 5% 정도 갖고 있다. 4월 출시된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프랭클린메나플러스’펀드는 UAE(36%), 이집트 (16%), 쿠웨이트(12%) 등에 자산을 분산하고 있다. 설정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추후 사우디 투자 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의 ‘KB메나주식형자’펀드는 UAE 42%, 카타르 24%, 쿠웨이트 15% 가량 분산 투자한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아라비안’펀드는 쿠웨이트(34.91%), UAE(24.07%), 이집트(16.76%), 카타르(11.76%)의 비중이 높고 사우디 투자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 삼성운용은 UAE 아부다비은행과 손잡고 사우디전용펀드의 출시할 계획을 최근 밝혔으며, 건설 프로젝트에 따른 수혜가 가능한 UAE 부동산투자펀드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또 현지 주식과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는 ‘NBAD디스트리뷰션펀드’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중동 펀드의 투자 포인트는 석유 산업이라기 보다는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등 오일 머니로 인한 경제 성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일단 중동 지역 산유 관련 기업이 거의 상장돼 있지 않고 MSCI아랍지수 내 에너지 섹터 비중은 1.72%에 불과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까지 중동 지역에서만 총 사업규모 1조3,000억달러 이상, 2,000여개에 달하는 건설프로젝트가 진행될 계획이다. UAE 두바이 등에서 시작된 첨단신도시 건설 붐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나짐 알 쿠찌 UAE 아부다비 국립은행 최고 투자책임자(CIO) 는 “GCC 투자의 핵심은 사우디의 오일 머니와 UAE 아부다비, 두바이 등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라며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 예산이 유가 배럴당 45~50달러 수준으로 맞춰져 있어 유가 급락 시에도 개발 지연 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남아 펀드 1년 새 10배 성장=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프런티어 시장에 대한 투자는 지난 1년 간 10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 적은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부각된 지난해 7월 이후 투자자들이 몰렸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984억원에 불과했던 동남아 투자 펀드는 올 4월 현재 9,995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었고 곧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들어 글로벌 시장 대비 신용경색 영향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연말께 주춤했던 자금 유입도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리서치 파트장은 “동남아 펀드의 수익률이 기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이후 월별 평균 수익률 측면에서 글로벌(0.2%), 이머징시장(2.0%), 아시아시장(2.0%) 보다 높은 2.6%의 성과를 올렸다”며 “변동성 역시 이머징시장(7.1%), 아시아시장(8.1%)보다 낮은 5.6%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지난해 초부터 설정되기 시작해 20여개 이상 등장한 상태다.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베트남 증시 보다는 지역 주요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중심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권하고 있다. 펀드 가입에 앞서 국가 분산 비중과 분산 정도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팜오일과 천연가스, 석탄, 석유, 니켈 등이 풍부해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경제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바이오에너지를 비롯한 농산물 관련 업종의 성장,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와 연 6%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주목 받는다. 특히 아시아 주요국 중 싱가포르 다음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다. 말레이시아는 총 6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쿠크(이슬람채권)의 절반 이상을 발행하고 중동 오일 머니의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밸류에이션 등이 돋보인다. 이들 프런티어 마켓 투자에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나 증시의 높은 변동성,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위험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프론티어 시장에 대한 접근은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분산 투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내 및 해외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나누고 해외펀드 자금 중에서도 일부를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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